'1천조원대 부동자금' 어디로…증시·부동산 한쪽 쏠림은 없을듯

입력 2017-05-30 06:25   수정 2017-05-30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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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천조원대 부동자금' 어디로…증시·부동산 한쪽 쏠림은 없을듯

두시장 모두 잠재수요 충분 동반상승 가능성

부동산은 금리상승과 규제탓 하반기 둔화예상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전명훈 기자 = 주식 시장과 부동산 시장이 새 정부 출범 이후 함께 달아오르는 있다. 이에따라 그동안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떠돌던 시중 부동자금의 향배에 관심이 쏠린다.

30일 한국은행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작년 말 현재 한국은행이 집계한 단기 부동자금은 1천10조3천억원으로 처음으로 1천조원을 넘으며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증시 주변 부동자금만 해도 지난 25일 기준 298조1천113억원으로 300조원에 육박했다. 지난해 말의 265조1천785억원에서 12.4%(33조원) 늘었다.

부동자금 급증은 저금리 기조 속에 탄핵정국에서 대선정국으로 이어지는 동안 시장 예측이 어려워지자 투자자들이 단기성 금융상품으로 몰렸기 때문으로 관측된다. 올해 들어 코스피 상승으로 차익실현에 나선 투자자들의 주식 매도·주식형 펀드 환매 자금도 한몫했다.

전문가들은 시중 부동자금이 양대 자산시장 중에 어느 한쪽으로 빠르게 흘러들어 갈 가능성은 작다고 봤다. 오히려 두 시장 모두 잠재수요가 확실하다는 측면에서 한동안 동반 성장세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부동산 시장의 경우 단기적으로 수요가 몰리며 상승하다 하반기 이후 주택 수급과 금리, 정책 등 요인에 따라 조정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이에 비해 증시는 단기 조정이 예상되나 대세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유효하며 시장이 이에 대해 확신을 하면 부동자금이 본격적으로 유입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 부동산 하반기 이후 둔화 가능성

올해 초까지만 해도 완만하던 부동산 시장의 상승세가 새 정부 출범 이후 눈에 띄게 가팔라졌다. 대선 이후 불확실성이 걷히면서 그동안 움츠러들었던 매수 심리가 살아났기 때문이다.

강남권 재건축 단지에서 시작된 강세가 서울 일반 아파트는 물론 수도권 신도시로 퍼지고, 비수기를 앞둔 분양 시장도 달아오르면서 과열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최근 시장의 상승세가 하반기 이후까지 이어지기는 어려우며 이에 따라 부동자금 유입도 예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WM리서치부 부동산연구위원은 "하반기 이후 준공·입주물량이 늘고 금리 인상 이야기가 나오면 부동산 시장의 하방 압력이 더해질 것이다. 새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 규제에 나설 가능성도 하락 요인"이라며 "서울 지역의 강세는 이어지겠지만, 전체 시장으로서는 하반기가 변곡점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도 "현재 부동산 시장은 재건축이 이끌고 있는데 초과이익환수제 유예기간이 연말로 끝나면 재건축은 직격탄을 맞는다. 지금 상황처럼 계속 시장이 상승세일 수는 없고 많이 오른 가격은 제자리를 찾는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동산 시장과 증시가 동반 상승세를 나타내는 점도 시중 자금이 어느 한쪽으로 쏠릴 가능성을 낮춘다.

예전에는 주가가 경기 회복세보다 앞서 오르고, 더 많은 자금이 필요한 부동산은 그보다 뒤에 상승한다고 여겨졌으나 1997년 외환위기 이후에는 두 시장이 같이 움직이는 추세라는 지적이다.

김규정 연구위원은 "시중의 유동성이 워낙 풍부해 자금이 증시 아니면 부동산 식으로 선택적으로 간다고 볼 수 없다"며 "부동산이나 주식 시장 모두 수요는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이남수 팀장도 "자금의 흐름을 어느 한쪽으로 특정하기는 어렵다. 한동안은 두 시장 모두 같이 좋을 듯하다"며 "다만 부동산에 투자하는 사람은 주식은 잘 사지 않는 데 비해 주식투자를 하는 사람은 부동산 쪽에도 관심을 가진다는 점에서 자금의 성격을 잘 살펴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더 장기적으로는 부동산이 오름세를 유지하며 자금을 끌어올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송현석 KB증권 부동산금융2부장은 "부동산 시장은 장기적으로 우상향 흐름을 보일 것이다. 자가소유나 안정적 수익 추구 등 목적의 부동산 수요는 충분히 있다"며 "하지만 주식 시장은 부동산과 성격이 달라서 개인이 부동산에 하듯 주식 시장에 큰 금액을 투자하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 증시, 대세 상승 기대 유효…관건은 '확신'

코스피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다 지난 29일 잠시 숨 고르기에 나서긴 했지만 장기적으로는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예측이 주를 이룬다.

단기간에 가파른 속도로 오른 만큼 일시적 하락조정 과정을 거칠 수 있으나 기업 실적 호전과 경기 회복세, 새 정부 정책 추진 기대감 등 여러 호재가 받쳐주고 있어 대세 상승 흐름이 쉽게 꺾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상

이다.

특히 새 정부의 주주친화 정책 강화 공약이 현실화한다면 한국 증시의 저평가 요인 해소로 지수의 추가 '레벨업'이 이뤄지고, 이는 시중의 대기성 자금을 끌어들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김영준 교보증권 리서치센터 본부장은 "과거보다 주식투자 가치가 크게 좋아진 것은 분명하다. 그동안 꾸준히 개선돼온 기업 이익과 배당수익이 앞으로 더 개선될 전망인 데다 그동안 시장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린 박스권 장세도 벗어났다"고 설명했다.

김 본부장은 "특히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그동안 한국증시 할인요소였던 지배구조 개선 기대감이 높아졌다. 또한 정부 정책기조가 부동산 자산을 키우기보다는 소득을 늘려 경제 선순환을 이루겠다는 방향이어서 과거보다 주식시장의 메리트가 압도적으로 커졌다"고 말했다.

배재규 삼성자산운용 부사장은 "증시가 제대로 가치평가를 받고 투명성이 개선되면 지수는 더 오를 수 있다"며 "현 시점에서 고점을 우려한 투자자들도 가격 부담을 낮추고 주식 등 자산에 분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동자금이 증시로 유입되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투자전략부 수석연구원은 "부동자금이 장기적으로는 주식시장으로 들어오겠지만 단기간에 일어날 일은 아니다. 새 정부 내각 인선도 마무리되지 않았고 여러 정책 불확실성이 있어 짧게는 6개월, 길게는 그 이상 기간 동안 자금이 빠르게 증시로 들어올 가능성은 작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코스피 2,350은 누구도 본 적이 없는 수치다. 기관이나 외국인은 현 지수 수준과 관계없이 각자 판단에 따라 매매하겠지만 개인은 지켜보는 시간이 있을 것"이라며 "악재가 다 사라지고 완연한 상승 환경이 나타나면 부동자금이 (증시로) 밀려올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inishmor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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