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D, 도시바 약점 파고들어…日당국 역공 여부 주목
(서울=연합뉴스) 이춘규 기자 = 일본 도시바의 반도체 자회사인 '도시바메모리' 인수전에서 미국 웨스턴디지털(WD)이 도시바의 약점을 잡아 치킨게임식 지연전을 펴면서 장기전이 불가피해지는 기류다.
30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도시바 인수전에서 '미일연합'의 중심축 역할을 하는 일본 관민펀드 산업혁신기구에 의한 이달내 출자 결정이 늦어지면서 매각 절차도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WD가 산업혁신기구와 미국 투자펀드 KKR 등이 구성한 미일연합에 끼워달라고 요구함에 따라 미일연합 구성에 재조정이 필요해지면서 30일 예정한 산업혁신기구의 의사결정위원회도 상황설명에 그칠 전망이다.
이에 따라 6월 말 예정된 도시바의 정기 주주총회 전에 매각할 곳을 결정하겠다는 도시바의 계획도 불투명성이 짙어졌다. 이같은 매각 지연에는 WD의 치킨게임 영향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WD는 도시바와 일본 정부가 매각을 서두르는 약점을 파고들며 최대한 자신의 의지를 관철하려 하는 분위기다. 5월 두 차례나 일본을 방문한 스티브 밀리건 WD 최고경영자는 6월 다시 일본을 찾는다.
WD는 도시바메모리 매각 교섭이 장기화될수록 자신들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간파, 협업관계를 내세워 제3자 매각에 강하게 반대하며 지연전을 펴고 있다.
19일 마감한 2차 입찰에는 공식적으로 응하지 않으면서도 별도 응찰해 도시바메모리 주식 과반수 취득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경제산업성과 산업혁신기구, WD 등이 비공식 협의를 계속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경제산업성은 WD 측에 과반수 취득을 단념할 것을 요구했지만, 아직 WD는 응하지 않고 있다. 경제산업성은 이 분야 1위 한국 삼성전자를 추격하기 위해 도시바와 WD의 연대에 전향적이었다.
그런데 WD가 과반의 주식을 취득해 도시바메모리를 자회사화하면 WD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커져 세계 최고수준의 반도체 개발 기술이 미국으로 유출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반도체업계를 감독하는 경제산업성이 산업혁신기구의 투자계획을 승인하지 않는 형식으로 WD가 의도한 투자계획을 거부할 수 있어 WD 측도 경제산업성 의지를 존중할 수 밖에 없는 처지다.
그래도 WD가 도시바메모리 주식 과반수 취득을 고집하면 경제산업성은 기술의 국외 이전이나 욧카이치공장의 생산체제 수정 등 경영상의 중요사항에 대해 실질적인 거부권 발동 요구도 할 수 있다.
WD도 이런 약점은 알고 있다. 또 WD가 국제중재재판소에 도시바메모리 매각 중지 신청을 해놓은 상태이지만, 도시바 경영 불안이 장기화돼 기업가치가 훼손되면 협업 중인 자신들도 손해다.
따라서 WD도 기술이전이나 공장생산체제를 대폭 수정하지 않는다는 의지를 경제산업성에 전달, 절충점을 찾으려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본당국이 직권 심사개시 등 초강력 역공을 취할 것도 경계한다.
tae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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