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이용 행태 정보에 관심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 차도에서는 차량호출 업체 디디추싱이 우버를 몰아내고, 인도는 공유 자전거로 넘쳤다.
중국인들은 이제 휴대전화 보조배터리, 우산과 농구공까지 빌려 쓰기 시작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스타트업과 투자자들이 공유경제로 뛰어들고 있는 가운데 회의론자들도 있다.
인터넷기업 아시아이노베이션스그룹의 앤디 톈은 "중국이 마침내 공산주의 뿌리를 받아들이고 있다. 공동 소유는 공산주의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거품이라는 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면서 "가치 있는 것에 뿌리를 뒀을지 몰라도, 정말 모든 것을 공유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지난 3월 농구공 공유 사업을 시작한 30세의 사업가 쉬민 같은 사람들은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친구들이 공을 가지고 다니는 것이 불편하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 농구공 공유 서비스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불과 4일 뒤 그는 '공을 빌리다'라는 뜻의 말장난으로 이름을 지은 '주러거추'(猪了個球)를 세웠다. 중국 곳곳에 있는 농구장의 물품보관함에서 이용자가 농구공을 빌릴 수 있게 해준다. 공을 빌리려면, 이용자는 자신의 스마트폰 카메라로 보관함의 코드를 스캔해 공이 들어있는 칸을 열면 된다.
요금은 시간당 1위안(약 170원)이다. 이용자가 '즈마(芝麻·참깨)신용'이라는 알리바바그룹 계열 앤트파이낸셜(개미금융)의 사회 신용 평가 시스템에서 신용도가 높지 않다면 10달러의 보증금이 필요하다.
주러거추의 쉬민은 "길게 보면 공을 사는 게 빌리는 것보다 비용 면에서는 효율적"이라면서도 "하지만 중국인 이용자들은 편리함을 위해 조금 더 지불할 용의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이달 앞서 상하이의 한 벤처캐피털 회사로부터 약 140만 달러를 투자받았다.
우산 공유 사업도 있다. 모리산(魔力傘)은 우산 하나를 12시간 빌려주고 1위안을 받는다. 이 회사는 이미 광저우와 푸저우의 지하철에 우산 키오스크를 설치하기로 협약을 맺었다. 목표는 100m 반경에 우산 키오스크를 하나씩 두는 것이다.
모리산의 선웨이웨이는 "누구나 집에는 우산이 많지만 정작 필요할 때는 우산이 없다"면서 "우리가 성공한다면 이용자들은 더는 우산을 살 필요 없다"고 말했다.
중국의 공유 붐 뒤에는 넘쳐나는 돈이 있다. KPMG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에서 벤처캐피털 회사들이 지난해 투자한 돈은 310억 달러로, 전년보다 거의 20% 늘었다. 이 가운데 상당액이 공유 기업으로 들어갔다.
중국의 공유경제는 인터넷 기반의 렌털 사업과 비슷하게 진화했다. 에어비앤비와 우버가 이용자를 기존의 자원과 연결해주는 것과 달리, 중국에서 등장하는 공유 기업들은 제품을 소유하고 이를 이용자에게 빌려준다.
중국은 거대한 인구와 빽빽한 도시, 구매 여력이 없는 상당한 규모의 이용자 등 공유경제가 활성화할 조건을 갖췄다.
마브리지컨설팅의 마크 낫킨은 "중국에서 평균소득은 여전히 매우 낮고 시장은 여러 면에서 아직 가격에 매우 민감하다"면서 "그러므로 실행 가능한 사업 모델과 이를 뒷받침할만한 기술이 있다면, 크게 성공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공유경제가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스마트폰 기반 최첨단 모바일 결제 시스템도 공유를 쉽게 하는 요소다. 텐센트와 알리바바그룹 계열사 같은 인터넷 거인들이 운영하는 결제 시스템은 이용자의 은행 계좌와 매끄럽게 통합돼 소액 거래도 단순한 클릭과 카메라 스캔으로 할 수 있게 해준다.
중국 정부는 공유경제의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공유경제에서 5천억 달러어치의 거래가 이뤄졌다고 추산하며, 이 규모가 2020년에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10%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레미콘과 운전기사, 건설현장을 이어주는 상하이 기반 '둬라' 같은 틈새 기업도 있다. 반면 이용자층이 넓은 기업도 있다. 최근 몇 개월간 벤처 투자자들은 휴대전화 충전 사업에 주목했다. 지난 2개월간 중국의 3대 보조배터리 공유 업체인 라이뎬, 샤오뎬, 제뎬은 1억2천700만 달러를 투자받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외국과 달리 중국에서는 개인이 아니라 기업들이 공유경제를 이끌어간다면서, 공유 기업들이 주목받는 것은 이용 행태 데이터 때문이라고 전했다.
딜로이트의 윌리엄 차우는 "중국에서 자전거 공유 같은 것은 진정한 공유가 아니다"면서 "IT 기업이 소유하는 리스 모델이다. 정보 수집이 핵심"이라고 이 신문에 말했다.
많은 이들은 공유경제에 여전히 회의적이다. 디디추싱, 자전거공유 회사 오포, 샤오뎬 등에 투자했던 GSR벤처스의 앨런 주는 "농구공이나 우산을 공유하는 것은 형편없는 아이디어다. 특정 지역과 관련 있으므로 기업이 확장하기가 어렵다"고 NYT에 말했다.
주러거추의 창업자 같은 사람들은 이에 동의하지 않지만, 도전 과제를 인정한다. 우선 이 회사는 공을 회수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방법을 찾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주러거추에 투자한 벤처캐피털 회사 모던캐피털의 최고경영자 쉬제는 "공에 GPS 추적기를 붙이는 것도 생각해봤지만, 사람을 고용해 공을 찾는 것이 더 싸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kimy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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