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현경숙 기자 = "나는 멜라니아를 따라온 남자입니다." 세계 최강국 미국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가 자신을 이렇게 소개하리라고 상상하기는 어렵다. 1961년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이 프랑스를 방문했을 때 우아하고 지적인 재클린 케네디 여사가 프랑스 국민을 매료시키자 케네디 전 대통령은 "저는 플러스 원( plus-one·파티에 초대받은 이의 동반자)이에요. 그 역할이 즐거워요"라고 말했었다.
지난 19일부터 9일 동안 치러진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후 첫 해외 순방에서 퍼스트레이디 멜라니아 여사는 재클린 여사 못지않은 은근한 '스타 파워'를 내뿜어 세계인의 주목을 받았다고 뉴욕타임스가 최근 분석했다.
이 때문에 겸손할 줄 모르는 트럼프 대통령조차 바티칸 궁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났을 때는 멜라니아 여사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내준 것처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 옆에 굳은 표정으로 서 있던 교황은 멜라니아 여사를 보자 환하게 웃으며 "남편에게 뭘 먹여요? 포티차?"라고 물었다. 달콤한 케이크의 일종인 포티차는 멜라니아 여사의 조국인 슬로베니아 국민이 즐겨 먹는 디저트다.
멜라니아 여사는 로마에 있는 어린이병원을 방문하기 위해 사전에 교황에게 허락을 요청하는 편지를 쓰기도 했는데, 이곳에 입원해 있는 심장병 어린이 환자가 자신의 방문 후에 심장 기증자를 찾았다는 소식을 듣고 큰 감동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멜라니아 여사는 이번 순방 기간에 대체로 말없이 트럼프 대통령 옆을 지켰다. 그는 적극적으로 자신을 드러내지 않았으나 이번 순방 중 가장 흥미를 불러일으킨 인물 중 하나였다.
이스라엘을 방문했을 때 텔아비브 벤 구리온 공항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내민 손을 단호하게 뿌리치는 그의 모습은 동영상으로 찍혀 전 세계에 파급돼 그 이유를 둘러싸고 흥미를 자아냈다.
멜라니아 여사가 세계인들에게 큰 인상을 준 것은 무엇보다 뛰어난 패션 감각 때문이기도 하다.
모델 출신인 그는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가 열린 이탈리아 시칠리아에서 5만1천500달러(약 5천700만 원)에 달하는 돌체&가바나 재킷을 입어 눈길을 끌었다.
멜라니아 여사가 퍼스트레이디로서 어떤 면모를 보일지 아직 확실하지 않다. 힐러리 클린턴 여사처럼 독립심 강한 대통령의 파트너나, 패트리샤 닉슨처럼 인고를 견디는 내조자 역할과 다르리라는 것은 분명하다.
그동안 막내아들 배런과 함께 뉴욕에 머물며, 백악관을 자주 찾지 않았던 멜라니아 여사에게 이번 순방은 '커밍아웃(정체성 드러내기) 파티'였다고도 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칠리아에 있는 미군 기지를 방문했을 때 멜라니아 여사를 "미국의 최고 외교 사절"이라며, 어디를 가든지 멜라니아 여사가 자신의 역할을 "멋지게 해냈다"고 추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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