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개선이 선행"…긴장완화·불법조업 차단·어민소득 증대 효과
(인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인천시가 문재인 정부 출범에 맞춰 선정한 지역 핵심 건의과제에 '남북 공동어로'가 포함됨에 따라 서해에서 남북한 어민이 함께 꽃게 조업하는 모습이 실현될지 주목된다.
31일 인천시에 따르면 시는 새 정부의 국정 기조에 맞춘 지역 핵심 건의과제 29개를 확정해 정부와 여야 정치권에 전달했다.
핵심 건의과제에는 인천∼개성∼해주를 잇는 도로 건설과 강화교동평화산업단지 조성 등 서해평화협력 사업, 정부조직법 개정을 통한 해양경찰청 부활과 인천 환원, 서해 5도 교통 편의를 위한 여객선 준공영제 시행 등이 포함됐다.
이 중 서해평화협력 사업에 담긴 남북 공동어로는 백령도와 연평도 등 최북단 서해 5도 어장에서 남북한 어민이 함께 꽃게 조업하며 이익을 공유하는 것이다.
남북 공동어로는 새롭게 제시된 과제는 아니지만 10년간 한 번도 실현되진 못했던 사업이다. 2007년 10·4 남북정상회담 공동성명 발표 당시 처음 언급됐지만 이후 남북관계가 경색되며 실제로 남북한 어민이 함께 조업하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서해 5도 어민과 인천 지역 시민단체는 10년 전 남북정상회담의 취지를 살려 새 정부에서 공동어로가 실현되면 여러 파급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서해에서 천안함 폭침과 같은 우발적 충돌을 막음으로써 남북 간 긴장을 완화하고 덤으로 불법조업 중국어선을 차단하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황금어장이지만 서해 5도 어민들이 접근할 수 없는 서해 북방한계선(NLL) 해역에서 조업이 가능해지면 어민소득도 늘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실제로 서해에서 남북 공동어로가 실현되기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걸릴 전망이다.
우선 경색된 남북관계가 풀려야 한다. 남북 공동어로는 NLL을 낀 공동 어장을 이용하는 문제여서 남북 간 충돌 위험이 사실상 사라진 상황이 전제 조건이다.
전문가들은 군사적 요충지가 몰려있는 서해에서 불가능하다면 한강 하구나 동해 등 다른 지역에서 먼저 남북 공동어로 구역을 설정해 운영하면서 향후 서해로 확대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남북공동선언이 이명박 정부 이후 파기되다시피 한 데다 천안함 사태와 연평도 포격 등으로 서해가 긴장의 바다로 되면서 서해 공동어로 계획이 무산됐다"고 했다.
김 교수는 이어 "2007년 수준으로 되돌려 남북관계를 우선 정상화해야 한다"며 "처음에는 아주 제한된 구역의 시범사업으로 시작해 서해 평화가 장착되면 점차 공동어로 구역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인천시도 서해 공동어로 사업은 장기간에 걸쳐 진행돼야 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다음 달부터 통일부와 협의를 시작할 예정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어족자원이 풍부한데도 조업을 하지 못하는 서해 NLL 인근에서 남북한 어민이 함께 조업하면 서해에서 평화가 정착되는 효과가 클 것"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선결 조건을 풀어야 진행되는 사업이기 때문에 통일부와 계속 협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so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