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배돌 '지오아재' 결성…"멤버는 64~75세, 인생 2막 음악으로"

입력 2017-05-31 08:45   수정 2017-05-31 09:17

할배돌 '지오아재' 결성…"멤버는 64~75세, 인생 2막 음악으로"

이자람 부친인 가수 겸 방송작가 출신 이규대씨 주축…6월 싱글 '지금 여기' 발표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현역에서 은퇴한 64세부터 75세 할아버지 5명이 모여 음악으로 인생 2막을 엽니다."

100세 시대, 가요계에 60~70대로 구성된 '할배돌'이 등장했다. 다섯 멤버의 나이 합계 336세, 평균 나이 67.2세다.

1984년 막내딸 이자람과 '내 이름 예솔아!'를 작곡하고 부른 이규대(66) 씨가 결성한 중창그룹 '지오아재'(G. O. Age)로, 이들은 6월 데뷔 싱글 '지금 여기'(Here and now)를 발표한다.

이씨는 31일 전화 인터뷰에서 "지오아재는 '그린 올드 에이지'(Green Old Age)의 이니셜을 딴 팀명으로 '에이지'(Age)를 '아재'로 발음했다"며 "영어로 노익장이란 단어가 없어서 '녹색 나이'라고 붙였다"고 설명했다.

1971년 혼성 포크듀오 바블껌으로 데뷔한 이씨는 현재 소리꾼으로 활동 중인 이자람과 '내 이름 예솔아'를 발표해 널리 알려졌다. 1979년부터 2003년까지 KBS '신혼은 아름다워'와 '쇼 스타 출발', MBC '우정의 무대' 등의 방송작가로 활동하다가 은퇴했다.

그는 "100세 시대를 사는 노인들은 물론 오늘날의 모든 사람이 평소 하고 싶어 했던 일에 용기를 갖고 새롭게 시작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팀을 만들었다"며 "가요계에서 아이돌은 10~20대 어린 친구들이 모인 댄스 그룹을 칭하지만 마음만은 아이돌 못지않으니 '할배돌'로 불러달라"고 웃었다.


이씨는 팀을 만들기 위해 아마추어 합창단을 다니며 팀원을 물색했다. 이렇게 모인 멤버들이 이씨(테너)를 비롯해 전직 기자 출신 박승호(75·테너), 의류제조업을 했던 재미 교포 제이 주(66·바리톤), 전직 여행사 대표 서준석(65·베이스), 한국전력공사에서 정년퇴직한 정열(본명 손종열·64·베이스) 씨다.

그는 "고교 후배인 정열 씨와 함께 합창단을 다니면서 섭외했다"며 "지난해 3월 처음에는 6명이 모여 연습하고 녹음했는데, 한 분이 나가면서 다시 녹음하고 뮤직비디오를 찍었다"고 말했다.

이들 대부분은 학창 시절 음악을 전공하고 싶었으나 집안의 반대로 가수의 꿈을 접었다고 한다. 그러나 평생 노래에 대한 꿈을 포기하지 못하고 아마추어 합창단원, 성가대원, 성가대 지휘자 증으로 아쉬움을 달래며 살아왔다.

이씨는 "우린 음악 전공자도 아니고 훈련을 받은 적도 없다"며 "처음에는 목소리의 파워를 유지하는 것이 힘들고 가사도 안 외워지고 춤도 자꾸 잊어버리고 몸과 마음이 따로 놀았다. '지금 이 늙은 나이에 뭐 하는 것이지? 노인네 주책 부리는 것 아닐까'란 생각도 들어 포기하고 싶었지만,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이 '지금 여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씨가 작사·작곡하고 작은별가족 출신 강인구가 편곡한 '지금 여기'는 멤버들의 살아온 인생 이야기가 노랫말에 담겼다. 멤버들의 음성과 음폭을 고려해 작곡했다고 한다.

'사랑의 아픔도 성공도 실패도/ 내가 선택했었던 내가 살아온 흔적/ 가슴 아린 옛사랑도 분노했던 실패도/ 모두 모아 추억 속의 헛간에 쌓아두세'('지금 여기' 중)

이씨는 "나도 한때 우울증이 찾아온 적 있고 멤버 중 사업에 어려움을 겪은 이도 있다"며 "과거에 묶여 자학하거나 후회하지 말고 지금 이 순간 당신의 존재가 가장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제작비가 여의치 않아 생전 처음 찍어보는 뮤직비디오 촬영을 위해 동대문 시장에서 한 벌에 7만5천 원씩 하는 무대복을 사 입었다고 한다. 유튜브에 공개된 영상에서 백발이 성성한 멤버들은 철길, 공원, 놀이터 등지를 다니면서 성악 톤으로 하모니를 맞추고 몇몇 가사에선 마치 율동처럼 보이는 수화를 한다. 어설픈 듯 보이지만 유쾌한 정서가 녹아있다.

이씨는 "부모도 떠나시고 자녀들도 출가한 노후에 젊었을 때의 꿈을 이제라도 피워보고 즐겁게 살아보자는 마음으로 모였다"며 "귀여운 노익장을 보여주겠다"고 웃었다.

mimi@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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