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연합뉴스) 고형규 특파원 = 유럽 최대 발행 부수를 자랑하는 보수 색채의 독일 대중지 빌트가 30일(현지시간) 자에서 '미국 없는 우리는 무엇인가?'라고 자문했다.
그러고는 경제, 군(軍), 대(對)테러 등 크게 세 가지 분야에 걸쳐 독일과 미국의 얽히고설킨 관계를 조명하면서 양국이 사실상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라는 점을 우회적으로 보여줬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트럼프 때리기' 발언을 계기로 나온 이번 보도에서 미국은 독일에 제1의 수출 대상국이라는 점이 먼저 꼽혔다. 작년 기준 1조2천억 유로(1천505조 원) 수출 총액 가운데 대미 수출액 비중은 약 10분의 1이라고 했다.
정확한 통계로 대미 수출액은 1천70억 유로(134조2천억 원)이다. 미국 다음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국가는 '현대 독일'과 가장 가깝다고 평가받는 프랑스(1천10억 유로. 126조7천억 원), 그리고 영국(860억 유로. 107조8천억 원)이었다.
독일은 그러나 미국에 제5위의 수출 대상국에 그쳤다. 미국은 독일로부터 무역적자 490억 유로(61조4천억 원)를 기록했다. 이를 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앞두고 "나쁘다. 매우 나쁘다"라고 말했고, 이것이 '독일인은 못됐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파돼 논란이 인 바 있다.
평소 '미국 우선'을 앞세우며 국내 일자리 확보를 강조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교역 역조 시정을 계속해서 요구하고 있지만, 독일은 '메이드 인 저머니'의 우수성에 따른 자연스러운 자유무역 결과라며 미국의 보복관세 추진 시 맞대응하겠다는 자세를 다듬고 있다.
빌트는 이런 통계를 전하며 독일과 미국 기업들은 서로가 의지하는 관계라고 촌평했다.
이어 미국을 위시한 북미와 유럽 간 집단안보 체제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는 미국 없이는 존립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나토 전체 군 병력 320만 명 가운데 미군이 차지하는 몫은 절반인 160만 명이며, 미국 정부는 연간 6천억 유로(752조 원) 국방비를 지출한다고 소개했다.
이에 비해 독일은 연간 370억 유로(46조 원)를 쓰며, 모든 유럽연합(EU) 파트너 국가들은 총 2천160억 유로(271조 원)를 지출한다고 설명했다.
테러 대응과 관련해선 미국이 없다면 독일은 테러 위험이 커질 것이라고 짚었다.
독일 내에서 작년 한 해에만 적발된 테러모의 건수가 7건인데, 그중 대다수는 중앙정보국(CIA), 국가안보국(NSA) 등 미국 정보기관의 첩보에 힘입은 것이었다고 빌트는 전했다.
학술정책재단(SWP)의 기도 슈타인베르크 테러 전문가는 "미국인들은 우리가 없어도 괜찮지만, 우리는 미국인들이 없으면 안 된다"라고까지 말했다고 빌트는 인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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