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인권침해를 막기 위해 개정된 정신건강복지법이 30일부터 시행됐다. 경증 정신질환자를 강제입원시키는 수단으로 악용돼 인권침해 논란을 일으켰던 옛 정신보건법을 22년 만에 바꾼 것이다. 강제입원 요건을 강화해 인권침해 소지를 줄이고,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 근거도 새로 마련했다니 그 취지와 방향에 공감할 만하다. 하지만 입원 기간 연장 심사 강화로 퇴원 환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관리가 필요한 환자를 위한 인력과 시설, 사회복귀 프로그램 등을 확충하는 것도 과제로 남았다. 보건당국은 부인하지만 사회로 쏟아져 나올 정신질환자로 인한 범죄 증가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개정법은 인권보호를 위해 정신질환자의 강제입원 절차를 강화하고, 일상생활이 가능한 가벼운 환자의 사회참여 기회를 확대했다. 치료 필요성이 인정되고 보호자 2명의 동의와 전문의 1명의 진단이 있어야 한다는 강제입원 요건은 종전과 같다. 하지만 입원을 2주 이상 유지하려면 다른 의료기관에 속한 전문의의 추가 진단이 있어야 한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또 강제입원을 연장하려면 1개월 이내에 적합성 심사위원회 심사를 거쳐야 하고, 초기엔 3개월마다 한 번씩 연장심사를 받아야 한다. 정신질환자의 법적 의미도 '독립적 일상생활을 하는데 중대한 제약이 있는 사람'으로 축소해 가벼운 우울증 등 경증 환자는 기존 법에서 제한했던 장례지도사, 언어재활사 등의 자격을 취득할 수 있게 했다. 정신질환과 관련해 논란이 돼 왔던 부분의 개선책을 대부분 담아낸 셈이다.
2016년 말 현재 국내 정신의료기관 입원환자 6만9천여 명 중 강제입원 환자는 4만2천여 명으로 61.6%에 달한다. 우리의 정신질환자 강제입원율이 독일(17%), 영국(13.5%), 이탈리아(12%) 등에 비해 훨씬 높다는 것은 강제입원 요건이 그만큼 느슨했다는 의미다. 개정법 시행에 따라 정신의료기관의 강제입원율이 크게 낮아지고 자의에 반하는 강제입원으로 억울함을 당하는 일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추가 진단 의료인력 부족, 사회복귀 프로그램 미비, '묻지마 범죄' 증가 등 새 법의 시행을 둘러싼 우려도 적지 않다.
보건당국은 강제입원이 필요할 정도의 중증 정신질환자에 대해 국가책임제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러려면 전문의를 늘리고 관련 예산도 확보해야 한다. 여건상 당장은 어렵겠지만 전문의들의 의견을 모아 장기적으로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족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중증 정신질환은 치매처럼 국가가 책임지고 관리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다. 하지만 그 이전이라도 정신질환자들을 사회적으로 원활히 돌볼 수 있도록 정신건강센터 등 인프라 확충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우리 국민 4명 중 한 명꼴은 평생에 한 번쯤 정신질환을 겪는다는 통계가 있다.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전환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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