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인이 쌀농사 전파…남북 모두 모국, 평화통일 지지"
(서울=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목축국가인 러시아 칼미키야 공화국에 쌀농사를 전파한 건 우즈베키스탄에서 이주해온 고려인들입니다. 현재 3천여 명의 고려인은 모국이 한국이라는 것에 자부심을 갖고 한민족의 전통을 지키며 살고 있습니다."
칼미키야 수도 옐리스타의 시의원인 고려인 3세 김 메르겐(34) 씨는 31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고려인은 30만 인구의 1%에 불과하지만 1960∼70년대에 농업경제 분야의 발전을 이끌면서 근면하고 성실한 민족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29일부터 재외동포재단이 주최한 '세계한인정치인포럼'에 참석차 한국을 처음 찾은 그는 "1940년 사할린으로 강제징용됐다가 일본의 패망 후 칼미키야로 이주한 조부는 평생 고국을 그리워했기에 이번 방한이 무척 기쁘다"고 감격스러워했다.
러시아 남서쪽에 있는 칼미키야는 몽골의 후손인 칼미크인을 비롯해 러시아·우크라이나·벨라루스·카자흐스탄·체첸·다게스탄·터키인 등 15개 이상의 다민족이 모여 사는 유럽 유일의 불교국가다.
2014년 임기 5년의 시의원에 당선돼 의정활동을 펼치고 있는 그에게는 또 다른 직업이 있는데 뜻밖에도 국립오케스트라단 소속의 테너 가수다.
어려서부터 노래 신동으로 불리던 그는 모스크바 국립예술대에서 성악을 전공해 20008년 오페라 가수로 데뷔했다. 2009년에는 러시아 정부로부터 올해의 예술가 성악 부문 신인상을 받으며 실력을 인정받았고 현재 오페라의 주역으로 활동하고 있다.
성악가로서 전도가 유망한 데 정치에 발을 담근 이유가 궁금했다.
"오페라에서 출연자들의 하모니가 감동을 주는 것처럼 다민족 국가인 칼미키야는 인종 간 화합이 중요한데 그 일에 앞장서려고 나섰죠. 극소수인 고려인 출신이라 어느 민족에도 치우치지 않게 정치를 할 수 있다는 게 저의 장점입니다."
양쪽 일로 바쁜 와중에 그는 칼미키야고려인협회 회장직도 맡고 있다. 대표적인 행사는 매년 초 수도에서 여는 설 축제다. 전국에서 고려인이 모여들어 떡국을 먹고 만두를 빚고 친척 어르신에게 세배도 드린다. 식탁에 김치가 오를 정도로 한민족의 전통을 지켜온 것이 이들의 또 다른 자부심이다.
김 씨는 "고려인들은 모국의 눈부신 발전상에 대한 뉴스를 들을 때면 기뻐하고 안 좋은 소식이 들려오면 걱정을 한다"면서 "우리 뿌리니까 당연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포럼에서 '평화통일에 대한 기여'를 논의한다기에 다른 일정을 미루고 참석했습니다. 고려인에게는 남한도 북한도 모두 모국입니다. 평화롭게 지내며 통일이 되기를 누구보다 간절히 바라죠. 전 세계에서 활약하는 한인 정치인들은 한국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기에 통일에 기여하는 부분이 있을 겁니다."
wakar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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