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씨가 회장·부회장 인사 개입했다고 생각"…최씨는 의혹 부인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강애란 기자 = 박근혜 정부 '비선 실세' 최순실씨 측이 한국마사회 경영진의 인선을 좌지우지한 정황이 의심되는 증언이 법정에서 나왔다.
최씨의 승마계 측근으로 알려진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는 3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마사회 인선에 최씨가 개입한 사례들을 얘기했다.
박 전 전무는 "2013년 5월 봄 강남 삼성동의 한정식집에서 정윤회씨를 만났는데 정씨가 이상영(전 마사회 부회장)씨를 '앞으로 마사회에 갈 사람'이라고 소개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후 마사회 말산업육성본부장 겸 부회장직에 올랐다.
증언에 따르면 이 전 부회장은 2015년 초 임기 만료를 앞두고 박 전 전무에게 연락해 "정윤회 실장을 만나게 해 달라. 유임을 부탁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전 부회장은 전날 최씨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명시적으로 유임 부탁을 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박 전 전무는 이 얘기를 최씨에게 전했지만, 최씨는 "능력 없는 사람이다"라며 거절했다고 한다.
최씨는 그해 5월께 후임자 후보라면서 김영규 현 부회장을 포함해 3명의 이름을 거론하며 아는 사람이 있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박 전 전무는 "최씨에게 '김영규는 내가 잘 알고 능력 있다'고 했더니 그 사람 이력서를 가져오라고 해서 갖다 줬다"고 말했다.
이후 김 부회장이 실제 자리에 오르는 걸 보고 "'그분'들의 힘에 의해 이뤄지고 있구나 생각했다"고 박씨는 말했다.
특검이 "결국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최씨의 영향력 때문에 김 부회장이 취임하게 된 거냐"고 묻자 그렇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박 전 전무는 현명관 전 회장이 마사회 회장에 오른 데에도 최씨가 개입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최씨는 마사회 인선 개입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박 전 전무는 정씨를 비롯한 승마 선수단 지원을 위해 독일에 갔다가 별 소득 없이 돌아온 박재홍 전 마사회 승마단 감독의 사표 수리 과정에도 최씨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증언했다.
박 전 감독은 지난해 2월 초 마사회 계약이 연장됐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사표를 내라고 종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독일에 체류할 당시 최씨와 갈등을 빚었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그는 특검이 "박재홍에게서 마사회 계약이 체결된 지 며칠 안 됐는데 이유도 없이 사표를 내라는 이야기를 들어서 최씨가 직·간접적으로 현 회장에게 이야기해 박 감독을 내쫓으려 한다 생각했느냐"고 묻자 "그렇다"고 답했다.
박 전 전무는 박 전 감독의 얘기를 듣고 당시 김영규 부회장에게 "최씨가 현 회장에게 전화해서 (사표 수리를) 부탁한 것 아니냐"고 물으니 김 부회장이 당황하면서 "우리는 이재만 비서관에게서만 전화 받는다"고 이야기했다는 증언이다.
박 전 전무는 "그때 처음으로 마사회는 이재만 비서관이 담당하는 걸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특검이 "최씨가 이재만 비서관하고 연락하며 잘 아는 걸 아느냐"고 묻자 "연락하는 건 모르는데, 제 판단으로는 그때까지도 최씨가 대통령과의 관계보다 각 비서관을 자기 손아귀에 넣고 컨트롤하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한편 박 전 전무는 자신이 이상영 전 부회장에게 "최씨가 청와대 내실(內室)을 지원하고 박 전 대통령이 최씨 딸 정유라를 아낀다"고 말했다는 이씨의 전날 증언엔 "그런 기억이 없다"고 부인했다.
그는 "최씨는 굉장히 비밀스러운 사람이라 그런 얘기를 하지 않는다"며 "제가 그런 말을 한 것 같지 않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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