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에 스며든 위챗, 사실상 운영체제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인 중국에서 애플 아이폰에 대한 소비자의 충성도는 다른 나라만 못하다.
일상생활에 깊숙이 뿌리박은 메시지 앱 위챗(微信·웨이신) 때문에 중국인들은 아이폰을 버리는 것을 덜 두려워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애플의 중국 매출은 1분기에 14% 줄어, 5분기 연속 내리막이었다. 중국은 지난 분기 애플의 판매가 감소한 유일한 지역이다.
애플은 중국에서 화웨이, 오포, 비보 같은 토종 브랜드와 힘겹게 경쟁하고 있다. 이들 3대 업체는 중국 시장을 절반 넘게 차지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는 올가을에 발표될 새 아이폰에 대한 높은 기대 때문에 다른 곳보다 특히 최신 제품을 좋아하는 중국에서 아이폰 구매를 미룬 것 같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하지만 간과하기 쉬운 한 가지 중요한 요인은 소비자 충성도라고 WSJ은 지적했다.
대부분 나라에서 애플의 성공은 이용자를 iOS 운영체제 생태계 안에 붙들어놓은 데 힘입었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으로 갈아타려 생각하면 새로운 인터페이스에 적응하고 모든 앱을 다시 설치하는 등의 번거로움을 겪어야 한다. 유료로 산 앱을 사용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다.
모건스탠리의 최근 설문에 따르면 미국에서 아이폰 이용자 가운데 새 스마트폰을 살 의향이 있는 사람의 92%는 아이폰을 계속 쓸 것이라고 답했다.
이런 충성도 덕분에 애플은 새 아이폰 모델을 고가에 팔 수 있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운영체제가 대수롭지 않다고 리서치회사 스트래터처리의 창업자 벤 톰슨은 말한다. 대신 누구나 쓰는 위챗이 결정적이라는 것이다.
위챗의 활성 이용자는 10억 명에 가깝다. 위챗은 메시지를 주고받는 도구로 시작해 지금은 보통 중국인의 삶의 모든 면으로 들어왔다.
위챗은 그 자체로 사실상 작은 운영체제다. 위챗 안에서 이용자는 거의 모든 것을 할 수 있다. 게임을 내려받고, 공과금을 내며, 돈을 송금하거나 포장 음식을 주문한다.
위챗은 올해 '미니 프로그램'을 내놓는 등 점점 운영체제처럼 되어 간다. 위챗의 미니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예를 들어 KFC 앱을 다운로드할 필요 없이 위챗을 열어 가까운 KFC 매장을 찾고 음식을 주문할 수 있다.
결정적으로 위챗은 iOS와 안드로이드 양쪽에서 다 쓸 수 있다. 중국인 소비자들은 위챗의 유연성 덕분에 새로운 모델이 마음에 들어 아이폰을 포기하기가 덜 힘들다. 인기 뉴스 웹사이트 터우탸오(今日頭條)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중국 아이폰 이용자의 절반 정도가 안드로이드로 옮겼다.
애플이 올해 출시할 새 모델로 중국에서 선전하려면 단지 아이폰이라는 것 이상의 장점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WSJ은 지적했다.
kimy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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