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카에다-IS 경쟁구도 속 '황태자' 함자 부각
(서울=연합뉴스) 정광훈 기자 =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 단체 이슬람국가(IS)가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최대 위기에 직면하면서 경쟁 조직인 알카에다의 재건 움직임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9.11 테러를 기획한 알카에다 지도자로, 2011년 파키스탄에서 미군 특수부대에 의해 사살된 오사마 빈라덴의 아들 함자가 조직 재건의 선봉에 나서는 형국이다. 함자는 영국 맨체스터 자폭테러가 발생하기 열흘 전 CNN에 공개된 선전 영상에서 유대인과 서방, 러시아인들을 공격하라고 독려하며 존재를 다시 알렸다. 20대 중후반으로 추정되는 함자는 20명의 빈라덴 자녀 가운데 15번째로, 아들 4명 중에서는 막내로 알려져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30일(현지시간) IS와 알카에다의 주도권 다툼 속에 함자가 '강력한 무기'로 떠올랐다고 보도했다.
알카에다는 최근 수년간 IS의 기세에 밀려 존재감이 퇴색했지만, '알카에다의 황태자'로 불리는 함자를 내세워 조직 재건을 시도하는 것으로 서방 당국은 분석하고 있다.
미국 조지타운 대학 안보연구소장이며 저명한 테러리즘 전문가인 브루스 호프먼은 최근 워싱턴포스트에 "알카에다의 입장에서는 지금이야말로 함자가 성년이 돼 지휘권을 쥐는 중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그러나 함자가 그런 역할을 맡을 경험과 능력이 있는지 의심하는 시선도 없지 않다.
최근 발간된 빈라덴 일가와 알카에다에 관한 책의 공저자인 애드리언 레비는 함자에 대해, "더 경험 많고 유능한 자들이 이끄는 군사·전략세력의 대리인에 불과한 명목상 지도자"라고 평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알카에다 내부의 권력은 두 핵심 인물인 아부 모하메드 알골라니(43)와 사이프 알아델(55)에게 넘어갔다.
알아델은 1998년 동아프리카의 미국 대사관 폭파에 연루돼 기소됐던 알카에다 1세대의 생존 인물이다. 2002년께 이란에서 구금됐다가 지난해 풀려나 시리아 여행이 허가됐다. 현재 활동하는 가장 능력 있고 위험한 테러 지도자 가운데 하나로 불린다.
알골라니는 시리아 내전에서 가장 부각된 인물 가운데 한 명으로 시리아에서 알카에다 동조세력을 이끌고 있다. 표면상 알카에다와 관계를 끊고 타흐리르 알샴으로 최근 개명한 조직의 지역 대중 지지를 규합하는데 주력해왔다.
올해 초 미국은 함자를 '글로벌 테러리스트'로 공식 지목했지만, 함자보다는 이들 두 인물에 적합한 표현이다. 알아델과 알골라니는 시리아에서 알카에다를 지속성 있는 조직으로 만들기 위해 긴밀히 노력해왔다.
IS는 수만 명의 대원을 끌어 모으고, 서방에서 유혈 테러공격을 조직·고무하면서 입지를 다졌다. 반면 알카에다는 아프리카와 예멘으로 세력을 뻗었고 다른 지역에서도 집요하게 버텨왔다.
IS와 알카에다는 모두 빈라덴의 전략적 사고와 유산의 진정한 계승자임을 자처하고 있다. 함자는 1991년부터 2002년까지 당시 빈라덴의 거점이던 수단과 아프가니스탄에서 성장했으며, 10대 때부터 알카에다 선전 영상에 종종 등장하면서 외부에도 꽤 널리 알려졌다. 그러나 그가 지도자 수업을 받았다는 증거는 없으며, 빈라덴 사망 이전에 승계 문제에 관해 공식적으로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빈라덴 사망 후 알카에다의 공식 지도자는 이집트 출신 소아과 의사 아이만 알자와히리(65)이지만, 그는 카리스마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함자의 정확한 소재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파키스탄 서부 국경지대에 은신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결혼해서 세명의 자녀를 두고 있고, 모두 이란에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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