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정책·금융통' 재경부 출신이 1차관 맡아와
참여정부 청와대 정책실장 출신 변양균 전 장관이 인사에 영향력 후문
(세종=연합뉴스) 이대희 기자 = 기획재정부 1차관에 고형권 아시아개발은행(ADB) 이사가 임명되자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옛 기획예산처 출신 중용 기조가 다시 한 번 확인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 신임 차관은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가 통합돼 기획재정부로 출범한 이후 예산처 출신 관료로는 사실상 처음 1차관에 올랐기 때문이다.
기재부 전체 인사권을 쥔 1차관은 그동안 재경부 출신, 그중에서도 경제정책이나 금융정책 등을 경험한 이들이 맡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31일 관가에 따르면 지금까지 총 8명이 거쳐 간 기재부 1차관 자리에는 모두 옛 재정경제부 출신 정책·금융 관료들이 임명됐다.
거시정책·국제금융 등을 총괄하는 업무 특성상 관련 업무를 맡았던 재경부 출신 관료들이 적임자로 꼽혔기 때문이다.
실제로 과거 차관들은 거의 모두가 관련 부서에서 주요 경력을 쌓았다.
1대 최중경 차관, 3대 허경욱 차관, 5대 신제윤 차관, 6대 추경호 차관, 7대 주형환 차관 등은 재경부 시절 금융협력과장, 금융정책과장, 은행제도과장 등을 지냈다.
4대 임종룡 차관과 8대인 최상목 차관은 금융정책과장과 경제정책국장 등 정책과 금융 부서에서 고루 경력을 쌓았다.
이 때문에 이번 1차관 인사를 앞두고 재경부 출신으로 관련 경력을 쌓았던 송인창 기재부 국제경제관리관, 이찬우 차관보 등이 물망에 오르기도 했다.
고 차관이 임명된 것은 최근 기획예산처 출신 인사의 중용과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보인다.
인사청문회를 앞둔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후보자는 기획예산처에서 주로 경력을 쌓은 뒤 기재부에서 예산실장과 2차관 등을 지냈다.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장관)과 청와대 안살림을 맡는 이정도 총무비서관도 역시 기획예산처 출신이다.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냈던 변양균 전 기획예산처 장관이 문재인 정부 경제관료 인사에 일정 정도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는 후문이다.
정책기획 능력이 뛰어난 예산처 출신이 문재인 정부와 궁합이 맞다는 분석도 나오지만, 일자리 대책과 가계부채 문제, 구조조정 등 당면 현안을 진두지휘해야 하는 1차관 업무 특성상 예산처 출신의 임명을 불안하게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고 차관은 2015년 정책조정국장을 지내기는 했지만, 금융 관련 경력은 현직인 ADB 이사뿐이다. 그는 주로 예산과 정책기획 업무를 담당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기획예산처 출신 첫 1차관 테이프를 끊어 선례를 만든 셈"이라며 "업무 능력이 탁월하기 때문에 금융 관련 경력이 없더라도 출중한 능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2vs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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