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판 경찰 조사에서 "집회 경험 부족…폭력사태는 우발적"
(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당일 태극기집회를 폭력시위로 주최한 혐의로 구속된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 정광용 회장에 대한 경찰 수사가 31일 마무리됐다.
경찰은 정 회장을 기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달아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정 회장은 막판 경찰 조사에서 태극기집회가 폭력시위로 변질한 사실은 시인했으나 "계획적이었던 것이 아니라 우발적인 상황이었다"면서 일부 혐의는 부인했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정 회장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하고 기소 의견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고 31일 밝혔다.
정 회장은 탄핵심판 선고 날이었던 올해 3월 10일 헌재 인근에서 태극기집회를 주최하고, 이 집회가 폭력시위로 변질하는 것을 막지 않아 참가자 총 4명이 숨지고 참가자·경찰·기자 등 수십명이 다치게 만든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24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특수공용물건손상 등 혐의로 구속됐다. 경찰은 추가 범죄사실이나 혐의는 없이 그대로 검찰에 넘겼다.
경찰은 정 회장을 구속한 후 29일 한 차례 추가 소환 조사했다. 정 회장은 경찰이 확보한 영상 증거 등을 보고 "주최 측이나 참가자들이 집회·시위 경험이 부족했다"면서 태극기집회가 폭력시위로 변질한 사실은 인정했다.
다만 "우발적인 상황이었을 뿐 계획적인 폭력 집회는 아니었다"면서 일부 혐의는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회장은 이날 오전 중앙지검으로 호송됐다. 그는 금명간에 박 전 대통령이 있는 서울구치소에 함께수감될 전망이다.
박 전 대통령 파면 직후 "헌법재판소로 진격하라"며 태극기집회 참가자를 선동해 정 회장과 같은 혐의로 구속된 사회자 손상대 뉴스타운 대표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종로경찰서는 태극기집회에 참가했다가 숨진 사망자 4명 중 3명의 유가족이 정 회장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고소한 사건은 계속 수사할 계획이다.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정 회장이 수억원대 기부금품을 모집해 정치자금법을 어겼다는 고소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한편 전날 박사모 카페에는 정 회장이 측근을 통해 전달한 '옥중서신'이 공개됐다.
정 회장은 회원들을 향한 편지에서 "(2004년 박사모를 설립한 후로) 14년…제 일생의 ¼을 오직 한 분을 사랑한 세월, 홀로 '충신불사이군'을 외우면서 살아온 세월을 돌이켜 보면 나름 가치 있는 삶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며 소회를 밝혔다.
hy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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