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오, 이재용 재판 증언…"삼성, 선수 선발 노력한 건 사실"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강애란 기자 =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는 승마협회 회장사를 맡은 삼성이 '비선 실세'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의 승마 훈련을 지원하는 과정을 놓고 "갑과 을이 바뀌었다"고 증언했다.
박 전 전무는 3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이렇게 생각한 일화들을 소개했다.
정씨의 승마 후견인으로 알려진 박 전 전무는 2015년 최씨가 독일에 코어스포츠를 세우고 승마협회 회장사인 삼성에서 지원을 받는 과정에 개입한 인물이다.
박씨는 자신이 승마 지원을 받는 선수를 선발하기 위해 명단을 올리면 최씨가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거절해 한 명도 뽑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삼성 측도 당시 선수 선발을 위해 노력했던 것은 사실이라고도 증언했다.
그는 "삼성에서는 선수를 선발하려고 했다. 그런데 예를 들어 '삼성에서 누굴 선발하려 한다. 방법을 찾는다'고 하면 최씨가 '그건 안 된다, 이렇게 뽑으면 안 된다, 누구 뽑으면 안 된다'고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황성수 (삼성전자) 전무가 고심하고 연구했던 것만은 사실이다"라고 부연했다.
박 전 전무는 특검이 "삼성에서는 최씨가 하는 대로 내버려 둔 것 아니냐"고 묻자 "결국은 그렇게 됐다고 본다"고 답했다.
박씨는 마장마술용 말 '살시도'의 여권에 소유주가 '삼성전자'로 표시된 걸 보고 최씨가 격노했을 때의 일도 얘기했다.
그는 "최씨가 '이재용이 VIP 만나서 말 사준다고 했지, 언제 빌려준다고 했느냐'고 말했다"면서 "그 얘기로 '뭔가 다른 대화가 있었구나'라는 느낌을 받았지만 확신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박 전 전무는 당시 최씨가 흥분하면서 '박상진 사장에게 연락해 독일로 당장 들어오라고 하라'고 말했다고 기억했다.
박상진 당시 사장은 처음엔 "바쁜 사람인데 오라 가라 하냐. 일정 조정하고 연락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그러다 박 전 전무에게 문자를 보내 '기본적으로 원하시는 대로 해 드리겠다는 것이고 상황 자체도 복잡한 게 아닌데 뭘 상의하겠다는 건지, 꼭 대면해서 상의해야 되는 것인지 궁금합니다'라고 물었다고 한다.
박씨는 삼성 측의 이런 태도를 보고 "갑과 을이 바뀌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일련의 과정에 대해 "처음 계약과는 달리 갈수록 변질이 됐다"고 평가했다.
s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