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재선 57명 연석회의 개최…"젊은 의원들이 솔선수범 나서야"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배영경 기자 = 자유한국당 초·재선 의원들이 차기 지도부를 새로 꾸리는 전당대회를 약 한 달 앞두고 당 쇄신을 위한 연대에 시동을 걸었다.
그동안은 중진 의원 중심의 계파 갈등에 짓눌려 초·재선 의원이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기 어려웠지만, 탄핵과 대선 국면 이후 사실상 계파의 개념이 약화하고 중진 책임론이 제기되면서 이들의 정치적 활동 공간이 넓어진 상황이다.
한국당 초·재선 의원들은 31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연석회의를 열었다.
대선 이후 초선과 재선 의원들이 각각 그룹별 모임을 가져왔지만, 이날처럼 두 선수(選數)가 한 자리에서 연석회의를 가진 것은 처음이다.
이 회의에는 초선 37명과 재선 20명 등 모두 57명이 참석했다. 한국당 전체 의원 수가 107명임을 고려할 때 이는 절반 이상에 달하는 규모다.
초선의원의 간사격인 박찬우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초선과 재선이 몇 차례 개별 회의를 통해 당 혁신 방안에 대한 성명서를 발표했는데 이제는 초·재선이 함께 연대해 행보하자는 의미에서 모였다"고 취지를 밝혔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한 초선의원도 "지금의 당 상황으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 아래 당이 중도·개혁·실용보수로 프레임을 전환해야 한다"면서 "당내 약 70%를 차지하는 초·재선이 먼저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밝혔다.
특히 이들의 연대 시점이 새로운 차기 지도부를 꾸리는 7·3 전당대회를 약 1개월 앞뒀다는 대목에서 더욱 눈길을 끈다.
한 재선 의원은 통화에서 "문호를 활짝 개방하고 당 외연을 넓히기 위해 외부에서 좋은 분을 영입하자는 목소리가 많다"고 밝혔다.
더 나아가 기존처럼 자신이 속한 특정 계파의 중진급 후보자에게 전당대회에서 세(勢)를 몰아주는 소극적 방식에서 벗어나, 아예 초·재선 의원이 직접 전당대회에 출마해야 한다는 적극적인 분위기도 읽힌다.
7·3 전당대회는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별도로 선출하기 때문에 선수가 낮더라도 최고위원 선거에는 도전해볼 만하다는 기류가 강하다.
초·재선들이 직접 나서겠다는 분위기는 당내 중진 의원들에게 사실상 '2선 후퇴'를 권고하는 분위기와도 맞물린다.
한 초선의원은 통화에서 "그동안 한국당은 온갖 풍파를 겪었고, 이번 대선에서 20∼40대의 지지기반을 거의 상실했다"며 "이 과정에서 초·재선들은 다선 의원들이 충분히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공감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 재선 의원은 통화에서 "아직 세가 조직화한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지금은 홍준표 전 경남지사도, 친박 인물들도 차기 당 대표감은 아니라는 생각들이 많다"고 전했다.
앞서 재선 의원들 역시 지난 29일 국회 정론관에서 성명서를 통해 "계파주의 청산을 비롯한 당의 근본 혁신을 위한 정풍운동에 앞장설 것"이라며, 특히 4선 이상의 중진 의원들의 '자기희생'을 요구하며 사실상 '용퇴'를 촉구한 바 있다.
현재 초·재선 의원들 사이에서는 김태흠 의원과 윤상직·정종섭·추경호 의원 등 장관급 각료 출신 등이 최고위원 출마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ykba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