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협조한 국민의당, 장관엔 '좁은문'…추경에 날 세워

입력 2017-05-31 19:48   수정 2017-05-31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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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 협조한 국민의당, 장관엔 '좁은문'…추경에 날 세워

장관 검증으로 야당으로서의 선명성·존재감 부각 노려

추경의 법적 요건 등에 면밀한 잣대



(서울=연합뉴스) 이광빈 기자 = 국민의당이 31일 이낙연 국무총리에 대한 국회 인준에는 협조했지만,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는 깐깐한 검증을 예고했다.

김동철 원내대표는 이날 총리 인준안이 가결된 뒤 기자들과 만나 "총리가 조기에 인준이 안돼 문재인 정부의 초기 내각이 출범하지 않으면 국정혼란으로 인한 불이익을 국민이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대승적으로 협조했다"고 말했다.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은 인준안 표결을 위한 본회의에 앞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사실상 소속의원들에게 찬성표를 던져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 원내대표는 "총리 문제를 해결했으니 개별 장관들, 국무위원들 문제는 법과 원칙에 입각해 다뤄져야 한다"면서 "개별 장관은 국정혼란 부분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기 때문에 확실히 검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호남 기반의 정당으로서 호남 출신인 총리 후보자의 인준을 받아들였지만,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는 야당으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내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한 것이다.

장관 후보에 대한 검증과정에서도 '야성(野性)'을 부각시키지 못할 경우, 대선 패배로 휘청거리는 당의 재건작업이 탄력을 받기 어려운 데다, '민주당 2중대'라는 비판을 자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명운을 걸고 민주당과 한 판 승부를 가려야 하는 입장에서, 지지율 고공행진을 달리고 있는 정부·여당과의 기싸움에서 더는 밀려서는 안될 필요성도 있다.

특히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대해 총리 인준안 표결에 불참한 자유한국당이 잔뜩 벼르고 있는 데다, 바른정당도 공세의 수위를 올리는 상황이어서 야당 간의 선명성 경쟁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국민의당은 장관 후보자 검증뿐만 아니라 문재인 정부가 야심차게 준비 중인 '일자리 추경' 등의 정책적 현안에 대해서도 엄밀한 잣대를 들이대겠다는 복안이다.

국민의당은 정책위와 예결위원들을 중심으로 추경안 심사에 대한 준비 작업에 돌입했다.

특히, 국민의당은 이번 추경이 국가재정법상 법적 요건을 충족하는지에 대해 면밀하게 들여다볼 계획이다.

정부가 구조개혁을 통한 중장기적인 경기 대응보다는 예산 투입으로 단기적인 경기부양에 열을 올려 집권 첫해 성장률을 끌어올리려는 데 집착하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이용호 정책위의장은 통화에서 "요즘 경제 지표가 좋은데 이번 추경이 재정법상 요건이 되는지부터 따져야 한다"며 "추경을 위한 추경, 다음 세대에까지 부담이 전가되는 공무원 숫자 늘이기식 추경에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책위 수석부의장인 채이배 의원도 "예비비로 충분히 할 수 있는 사업을 추경으로 하려는 듯한 모습도 보인다"고 지적했다.

lkbi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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