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석탄발전 지고 가스·재생에너지발전 시대 도래

입력 2017-06-01 11:29  

원전·석탄발전 지고 가스·재생에너지발전 시대 도래

미 스리마일 원전 "채산성 악화"로 2019년까지 폐쇄키로

일부 지역 재생에너지 발전 원가 석탄화력과 경쟁 수준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세계 각국의 주력 전원(電源)으로 활약해온 화력발전과 원자력발전 시대가 가고 있다. 대신 온난화 가스 등 오염물질 배출이 적고 친환경적인 가스발전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발전이 각광을 받고 있다.

특히 기술혁신을 거듭해온 재생에너지 발전은 지역에 따라 석탄 화력 발전과 경쟁할 수 있는 수준까지 발전원가가 낮아졌다. 바야흐로 가스와 재생에너지 전원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국가의 경우 정부보조금 지원대상이 재생에너지 발전이 아니라 원전으로 바뀐 경우도 있다. 원전 생산 전기를 고정가격에 구입해 주는 영국이 그런 사례로 꼽힌다.

미국 유수의 발전기업인 엑셀론은 스리마일 원전을 2019년 9월까지 폐쇄한다고 지난달 30일 발표했다. 이 발전소는 38년 전인 1979년 미국 사상 최악의 원전사고를 일으켜 유명해진 곳이다.

사고가 난 2호기는 진작 폐쇄됐지만, 회사 측은 남은 1호기도 폐쇄키로 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1호기는 2034년까지 운전허가를 받은 상태지만 천연가스 가격이 낮아 경쟁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 정부 지원도 기대할 수 없어 채산성 악화를 더 이상 견딜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미국은 약 100여 기의 원자로를 가동하는 세계 최대의 원자력발전 국가지만 에너지 가격 하락과 6년 전 일본 후쿠시마(福島) 제1 원전 사고를 계기로 안전대책을 강화하면서 발전단가가 높아져 채산성이 악화되자 원전 폐쇄가 잇따르고 있다.

여기에 "셰일 혁명"으로 셰일 석유와 가스 생산량이 크게 증가했다. 석유회사들은 채산성이 높은 셰일 석유 생산에 주력하고 있지만 같은 광구에서 가스도 생산된다. 이에 따라 천연가스 수급에 여유가 생겨 가격이 낮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발전용 연료로서의 경쟁력이 높아졌다. 버락 오바마 정부가 환경보호 차원에서 추진한 석탄 화력의 가스발전 전환도 한몫했다.

스리마일 원전 폐쇄계획 발표로 미국에서 가스발전의 우위가 확인된 이날 유럽에서는 태양광 발전 부활을 알리는 통계자료가 나왔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에 따르면 태양광 발전 관련 업계단체인 솔라파워 유럽은 이날 작년도 세계 태양광 발전설비 현황을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작년 세계의 태양광 발전설비 신규 도입량은 7천660만㎾로 전년 대비 무려 50% 증가했다. 1년 전에 내놓았던 2016년 예측치 6천200만㎾를 크게 웃도는 사상 최고치다. 태양광 패널과 설치비용이 업계의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그것도 큰 폭으로 내려갔기 때문이다. 태양광 발전 버블 붕괴로 휘청대던 2011~2014년 시장 상황은 과거의 이야기가 돼 가고 있다.




작년 신규 도입의 60%를 차지한 중국과 미국이 시장을 견인하고 있다. 솔라파워는 미·중 양국의 태양광 발전 시장이 2021년까지 연평균 20%의 높은 성장을 계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RENA)에 따르면 태양광 발전이 수명을 마칠 때까지의 전체 발전 코스트는 2016년의 경우 ㎾/h 당 10센트(약 110원)를 밑돌았다. 올해는 재생에너지 가운데 가장 저렴한 육상 풍력발전 코스트 수준까지 내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발전설비 업계나 발전업계 모두 달라진 시장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파나소닉은 미국 테슬라와 손잡고 2019년까지 미국의 태양전지 생산능력을 100만㎾로 증강할 계획이다. 주택용 수요발굴도 적극 추진할 방침이다.

유럽 전력회사 중 시가총액 최대회사인 이탈리아 에넬사의 프란체스코 스타라체 최고경영자(CEO)는 "다른 화력발전에 비해 설치운영이 쉬운 가스 화력은 재생에너지와 궁합이 맞는다"고 말했다. 재생에너지와 가스를 대립관계가 아니라 양축으로 삼아 발전사업을 주도하겠다는 복안이다.

재생에너지는 발전량에 변화가 많다. 잉여전력을 어떻게 처리할지, 송전망 정비 등 난제도 많다. 그러나 축전지의 성능향상과 IT(정보기술)를 활용한 수요예측 등으로 재생에너지의 편리성도 향상됐다. 유럽과 미국의 대형 발전회사들은 인공지능(AI) 연구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어 그동안 먼 훗날의 꿈으로만 여겨졌던 차세대전송망(smart grid)이 실현될 날도 멀지 않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솔라파워가 발표한 통계에는 흥미로운 자료가 또 있다. 영국 정부가 추진하는 힝클리 원전이다. 영국은 유럽에서는 드물게 원전에도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력회사들이 꽁무니를 배는 기미를 보이자 정부는 원전 발전전기 고정가격구입제도(FIT)를 내놓았다. 힝클리원전 운영업체인 프랑스전력공사(DEF)가 원전을 가동하는 35년간 ㎾당 0.09파운드(약 130원)에 구입해 주기로 했다. 재생에너지보다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이다. 영국 언론은 이 제도에 비판적인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니혼게이자이는 그동안 "FIT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재생에너지가 이제는 자립해 시장원리에 따르는 게 세계의 흐름이 됐다고 지적했다. 반면 "다른 전원보다 압도적으로 코스트가 싼"전원으로 인식돼온 원전이 정부의 보조에 의존하는 전원의 역전현상을 솔라파워 발표 자료는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lhy5018@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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