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남의 허물은 쉽게 눈에 띄지만 자기 허물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부처님 말씀이 있습니다." (The Buddha once said, 'Easily seen is the fault of others, but one's own fault is difficult to see.')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에는 한국어가 아닌 영어 설법이 울려 퍼졌다. 대웅전 앞마당에 마련된 특설무대에 오른 운문사 승가대학의 선경 스님은 '행복하십니까'를 주제로 유창한 영어 설법을 선보였다.
무대 뒤 대형 모니터에는 우리말로 번역한 자막이 흘렀고 조계종을 지나가던 외국인 관광객들도 발걸음을 멈추고 스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였다.
이날 오전부터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과 조계사에서는 '제1회 조계종 학인 설법대회'가 열렸다.
조계종 교육원이 주최한 설법대회는 말 그대로 불법(佛法) 전달 능력을 겨루는 대회다. 조계종 교육원은 2015년 '제1회 조계종 학인 외국어스피치대회', 지난해 '제1회 조계종 학인 토론대회' 등 해마다 이색 경연대회를 열어 화제를 모았으며 올해는 설법대회를 마련했다.
'설법, 세상을 꽃피우다'를 주제로 열린 이번 대회에는 각 사찰승가대학, 중앙승가대학교, 동국대학교 등 종단 기본교육기관 17곳에 재학 중인 학인 총 39팀이 출전했다. 학인(學人)은 아직 구족계를 받지 않은 사미·사미니로 승가대학에 재학 중인 예비 스님을 말한다.
자유 주제로 8분 이내에 설법을 시연하는 이번 대회에서 참가자들은 '파워포인트 등의 프로그램을 활용한 설법', '법구와 음악을 활용한 설법', '2인 설법', '영어 설법' 등 재치있고 참신한 설법을 선보였다. 영상자료를 활용한 설법이 있었고 시(詩) 형식을 빌린 설법도 있었다.
청암사 승가대학의 명정 스님은 설법 도중 노래 '네 박자'를 개사해 부르며 부처님의 말씀을 흥겹게 전했고, 운문사 승가대학에 재학 중인 체코 출신의 휴정 스님은 유창한 한국어로 설법을 펼쳐 사부대중 1천여 명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날 설법대회 대상은 해인사 승가대학의 금후 스님이 받았다. 금후 스님은 '스님인 척 연기하다'를 주제로 익살스럽고 재치 있는 설법을 선보였다. 최우수상은 동국대의 영관 스님과 동학사 승가대학의 세광 스님이 받았다. 영어로 설법을 펼친 선경 스님, 체코 출신의 휴정 스님은 우수상을 받았다.
이번 설법대회를 지켜본 불자 문순자(60) 씨는 "설법대회를 보기 위해 대구에서 올라왔다"며 "미래 불교를 이끌 학인 스님들의 참신한 설법이 인상적이고 스님들과 신자들의 거리감을 좁힐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문 씨는 "설법대회와 같은 행사가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지방에서도 많이 열렸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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