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숙사 측, '과 동기끼리 룸메이트 안돼' 규정준수 확인 차원
학생들 "학생 권리 철저히 무시·비인격적·몰상식한 일" 비판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서울대 기숙사에서 직원들이 학생 방에 무단으로 들어가는 일이 발생해 인권침해 논란이 인다.
기숙사 측은 학생들이 마음대로 방을 바꾸는 바람에 '불시점검' 차원에서 진행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주거지를 마음대로 들어간 것뿐 아니라 방 바꾸기를 금지하는 것 자체가 시대착오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일 종로구 대학로에 있는 서울대 연건기숙사에 따르면 기숙사 측은 지난달 22일 오후 직원과 대학원생 조교를 동원해 학생들이 사용하는 방 일부의 '사용현황'을 점검했다.
직원과 조교들이 마스터키로 빈 방의 문을 열고 들어가 책상 서랍 등에서 이름이 적힌 개인 물품을 찾아내 방의 '실사용자'를 확인하는 방식이었다.
점검은 사전공지 없이 불시에 이뤄졌다.
연건기숙사는 연건캠퍼스의 의과대학과 치의학전문대학원 학생들이 사용한다.
연건기숙사에는 2인 1실 방의 경우 '같은 과 같은 학년'끼리 함께 방을 쓰겠다고 신청할 수 없다는 내부규정이 있다.
기숙사 행정실 관계자는 "소속 과를 넘어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인적네트워크를 형성하라는 취지로 예전부터 있던 내규"라고 설명했다.
이런 규정에도 선·후배 사이의 합의로 방을 바꿔 동기끼리 방을 쓰는 경우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숙사 측이 점검에 나선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같은 과 동기끼리 방을 함께 쓰면서 규정을 어긴 학생들이 많다는 징후가 포착돼 점검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고 기숙사 측은 전했다.
또 규정을 어긴 학생들이 증거를 숨길 수 있어 점검 사실을 미리 알릴 수 없었고, 다만 불편을 줄이고자 공조장치 필터를 청소한다고 알린 시간에 점검했다고 해명했다.
학생들은 "불쾌하다"는 입장이다.
한 학생은 페이스북 페이지 '서울대학교 대나무숲'에 "방에 생판 모르는 사람이 들어와 내 통장을 보고 갔다"며 "학생의 권리를 철저히 무시한 사건으로 기숙사 측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는 방을 바꾸지 않았지만, 과 동기와 방을 쓰지 못하게 하는 규정을 어긴다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닌데 기를 쓰고 막으려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다른 학생은 "비인격적이고 몰상식한 일"이라고 불만을 터트렸다.
기숙사 행정실 관계자는 "방에 있는 물건이 방 주인의 것인지 아닌지 단순히 확인만 했다"면서 "(방 바꾸기가) 실제 적발된 경우가 있어 (불시점검을) 한 번 해볼 수밖에 없었다는 취지를 학생들에게 사후에 설명했다. 규정을 지키는 게 맞다"고 밝혔다.
jylee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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