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문화유산 훼손 막기 위해 갖가지 고육책 동원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화려한 르네상스의 흔적을 간직한 이탈리아 피렌체 시가 도시의 주요 성당 등에서 진을 치고 앉아 음식물을 섭취하고, 쓰레기를 버리는 일부 몰지각한 관광객을 쫓기 위한 고육책으로 성당 계단에 대한 물청소를 시작했다.
다리오 나르델라 피렌체 시장은 지난 31일 "오늘부터 우리는 성당의 계단 청소라는 매우 단순한 실험적 조치를 시행한다"며 "이는 청소 목적과 함께 그곳에 머물며, 먹고, 마시고,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들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성당들은 식당이 아니라 종교적이며, 문화적인 장소다. 피렌체는 야외 좌석과 테이블을 갖춘 카페들이 많이 있다"며 "관광객이 (물청소 후)그곳에 앉고자 하면 젖는 것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피렌체 시는 우선 르네상스 거장 미켈란젤로 등의 유해가 안치돼 있는 산타 크로체 성당과 산토 스피리토 성당 등 패스트푸드 취식객이 많이 몰리는 피렌체의 대표적인 성당의 계단에서부터 물청소를 개시한 뒤 효과를 판단해 이번 조치를 다른 장소로 확대할지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시의 이런 계획이 알려지자 관광객들이 줄어들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등 비판 여론도 일고 있다.
또, 기온이 30도를 훌쩍 넘어가는 한 여름에는 물청소를 해봤자 물이 금방 말라버려 실효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피렌체 시는 실제로 이날 점심을 기해 산타 크로체 성당 계단에 물청소를 했으나, 본격적인 여름 날씨 속에 얼마 지나지 않아 물기가 모두 말라버린 탓에 성당 계단은 곧바로 관광객들에게 또 다시 점령됐다고 이탈리아 일간 라 레푸블리카는 1일 전했다.
나르델라 시장은 비판 여론에 대해 "우리는 피렌체의 문화 유산을 존중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대응하기 위해 (벌금 등을 매기는 다른 도시에 비해)좀 더 점잖으면서도 효과적인 방식을 도입하려는 것일 뿐"이라고 항변했다.
피렌체 시는 작년에도 성당 등의 계단에 죽치고 앉아 패스트푸드를 먹는 사람들로 유적지가 몸살을 앓을 뿐 아니라, 패스트푸드로 인해 고유 먹거리가 위협받자 도시 심장부인 두오모 광장에 점포를 내려던 맥도날드의 계획을 불허한 바 있다.
또, 외래 음식에 맞서기 위해 유서 깊은 역사 지구에서 새로 문을 여는 식당들에 최소 70%의 식재료를 현지 산물로 채우도록 하는 법안을 채택하기도 했다.
한편, 관광객과 현지인에 의한 문화재 훼손과 정체성 상실을 막기 위해 부심하고 있는 이탈리아 도시는 비단 피렌체뿐이 아니다.
수도 로마의 경우 작년 9월 리모델링 후 재개방한 스페인 계단에서 음식을 먹다가 적발되거나, 트레비 분수 등 시내 주요 분수에 들어가는 장면이 목격되면 최대 수 백 유로의 벌금을 물리고 있다.
베네치아 역시 전통을 수호하고, 고유 문화를 지키기 위한 차원에서 케밥 등 패스트푸드 가게의 신규 개점을 금지하는 법안을 최근 승인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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