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설적 행동에 대응 고려할 것"…러 기업 3곳·기업인 1명 제재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는 미국 정부가 1일(현지시간)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시도와 관련한 추가 독자 대북 제재를 취하면서 러시아 회사 3곳과 러시아인 1명을 제대 대상에 처음으로 포함한 것에 반발하고 나섰다.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은 이날 인테르팍스 통신에 "의혹과 불안함으로 관련 정보를 접했다"며 "지속적이지 못하고 설명하기 어려운 미국의 (정책적) 동요에 실망했다"고 비난했다.
그는 "미국 정부 교체 이후에도 러시아인과 러시아 단체들을 상대로 효과가 없는 제재를 취하려고 시도하는 것은 큰 실망을 불러일으킨다"면서 "이 정책 입안자들은 추구하는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사건은 러시아와 어떻게 관계를 구축할지에 대한 미국의 건설적 구상이 부족함을 반영하는 것"이라면서 "러시아는 이러한 결론에 기초해 미국의 또 다른 비건설적 행동에 어떻게 대응할지를 결정할 것"이라고 보복 조치를 경고했다.
그는 "이번 사건은 또 러시아와 관계를 개선하는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미국의 공식적 선언과 실질적 행보 사이에 괴리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미국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에 쌓였던 장애물들을 치우는 대신 그것을 더 늘리는 행보를 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러시아 상원 경제위원회 부위원장 세르게이 샤티로프는 "제재 대상에 든 러시아 기업들은 우리 외무부와 산업통상부를 통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재 목록에 포함된 러시아 기업 '독립석유가스회사'(NNK) 사장 에두아르트 후다이나토프는 "큰 충격을 받았다. 내 회사가 북한 핵 프로그램과 연계돼 있다는 미 정부의 주장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얘기다"고 반박했다.
미국 재무부는 앞서 이날 북한인과 북한 기업 등을 상대로 독자 제재를 취하면서 모스크바 소재 기업 'NNK', 이 회사의 극동 지역 자회사인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 소재 'NNK-프리모르네프테프로둑트', 또 다른 모스크바 소재 기업 '아르디스-포드쉬프니크'(아르디스-베어링스) 등의 러시아 기업들과 러시아 기업인 이고리 미추린 등을 제재 대상에 포함시켰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러시아 최대 국영석유회사 '로스네프티'의 전(前) 사장인 후다이나토프가 소유한 NNK는 북한과 석유 공급 계약을 맺고 이미 100만 달러(약 11억 원) 이상 어치의 석유제품을 수출했다.
NNK 자회사인 NNK-프리모르네프테프로둑트는 대북 제재를 우회하는 과정에도 참여한 것으로 파악됐다.
아르디스 베어링스는 핵무기 및 미사일 개발 프로그램과 연계된 북한 무역회사로 2009년 유엔 제재 목록에 들어간 '조선단군무역회사'에 물품을 공급해 왔다.
미추린은 아르디스 베어링스의 대표이사로 조선단군무역회사 모스크바 사무소의 파트너로 일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의 독자제재 대상에 오르면 미국 내 자산이 동결되고 미국인 및 미국 기업과의 거래가 금지된다.
통상적으로 미국은 이 조치를 토대로 다른 관련 국가에도 제재 대상자들과의 거래 중단을 압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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