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경찰, 카지노칩 강도사건 추정…대피 도중 54명 부상
IS "우리 소행", 경찰 "테러공격 단서없다"…범인 도주하다 자살
(하노이·서울=연합뉴스) 김문성 특파원 김수진 기자 = 2일(현지시간) 새벽 필리핀 수도 마닐라의 국제공항 인근 복합 리조트에서 총기난동이 발생해 혼란이 빚어졌다.
총격으로 인한 사망자는 없으나 리조트의 고객과 직원들이 대피하는 과정에서 50여명이 다쳤다. 필리핀 주재 한국대사관은 한국인 부상자가 있는지 확인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파악된 피해자는 없다.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배후를 자처했으나 필리핀 경찰은 해당 사건이 테러로 볼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로널드 델라로사 필리핀 경찰청장은 이날 국제공항 터미널 인근에 자리한 '리조트 월드 마닐라'의 카지노에 한 남성이 들이닥쳐 M4 소총을 난사했다고 발표했다.
브리핑에 따르면 복면을 쓴 이 남성은 대형 TV 스크린을 향해 총을 쏜 뒤 테이블에 휘발유를 붓고 불을 붙였다.
범인은 물품 창고에서 1억1천300만 페소(약 25억5천만 원)어치의 카지노 칩을 챙겨 달아났다.
범인은 얼마 뒤 이 카지노의 호텔 방에서 침대에 누워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자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총격에 놀란 카지노 고객들과 직원들이 대피하는 과정에서 54명이 다쳤으며 대부분 경상이라고 델라로사 청장이 밝혔다. AP 통신은 부상자가 70명 이상으로 부상 정도는 대부문 경미하다고 보도했다. 이중 일부는 범인이 저지는 불로 발생한 유독가스로 호흡 곤란을 호소했다.
한국 외교부 당국자는 "주필리핀 대한민국 대사관이 사건 인지 즉시 현장에 담당 영사 2명을 파견해 우리 국민 피해 여부를 확인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국인 피해가 보고된 것은 아직 없다.
필리핀에는 마닐라와 인근 도시 5만여 명을 비롯해 약 9만 명의 우리 교민이 있다. 지난해 130만 명 이상의 한국인이 필리핀을 방문했다.
앞서 테러 감시단체 시테(SITE)는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이번 공격이 '외로운 늑대 전사'에 의해 단행된 것이라며 배후를 자처했다고 밝혔다.
필리핀 정부가 남부 민다나오 섬에 계엄령을 발동, IS 추종 반군과 교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IS의 보복 테러가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그러나 경찰은 사건의 사실관계를 볼 때 강도 행각일 가능성이 크다며 이 같은 주장을 부정했다.
델라로사 청장은 폐쇄회로(CC) TV를 통해 이 남성이 사람에게 총을 겨누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며 테러로 볼 증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범인이 사람들을 해치지 않고 카지노 테이블에 불을 지른 뒤 카지노 칩이 저장된 방으로 들어가 수백만 달러어치의 칩을 훔친 점을 들었다.
경찰은 사건 직후 외국인으로 보이는 키 183㎝가량의 백인 단독 소행으로 보고 행방을 추적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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