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산불대책본부 종료…시·관할 자치구 비상연락 총동원
심야에 랜턴·장갑·마스크 '급구'…"장비 구비에 한계"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이태수 기자 = "아, 왜 하필 오늘…"
축구장 5.5배 면적을 태운 수락산 대형 산불로 전날 밤을 꼬박 새워가며 진화 작업에 총력을 기울인 서울시·자치구 공무원의 심경이었다.
2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산불이 일어난 1일은 중부지방에서 시행된 '산불조심기간'이 끝난 바로 다음 날이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는 산림청 방침에 따라 매년 날씨가 건조해 산불 위험이 큰 2월 1일부터 5월 15일까지를 산불조심기간으로 정해 24시간 쉬지 않고 감시하는 '산불방재대책본부'를 운영한다.
더욱이 올해는 동시다발적인 대형 산불이 잦았고 경기·강원 등 중부지방에 건조한 날씨가 이어져 산림청이 산불조심기간을 지난달 15일에서 31일로 16일간 연장한 터였다.
산불방재대책본부가 운영되면 서울시 본청과 자치구가 비상근무체계로 움직이고, 진화 헬기를 전진 배치한다. 진화 인력이 평소보다 더 오래 근무하는 등 만반의 준비가 갖춘 상태를 유지한다.
다행히 아직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불길을 잡는 데는 성공했지만, 시와 자치구로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시 관계자는 "산불방재대책본부 운영이 마무리된 다음 날 이런 대형 산불이 나니 아주 난감했다"며 "그런데도 바로 비상연락을 돌려 시와 자치구 공무원이 신속하게 투입돼 다행이었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에서 산불이 일어났을 때 피해 면적이 50㏊(50만㎡) 이상이면 시가 직접 나서 컨트롤타워를 맡게 돼 있다. 이번 산불의 경우 현재 3만 9천600㎡로 집계돼 관할 노원구 방침에 따랐다.
노원구는 산불을 파악한 뒤 문자메시지와 전화로 전 소속 공무원을 상대로 비상소집령을 내렸다. 직원들은 수락산 디자인 거리에 집결해 현장에서 대기하면서 지시에 따랐다.
이 가운데 일부는 직접 산불진화용 물통을 메고 화재현장으로 올라가 소방당국과 함께 초기 진압에 힘을 보탰다.
한편, 서울 시내로는 드문 대형 산불이 일어나면서 당국은 랜턴, 장갑, 마스크 등 장비를 구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특히 전날 화재는 심야 시간에 일어나 랜턴이 꼭 필요했는데, 진화 작업 초기 일부 현장에서는 사람 수보다 부족했기 때문이다.
구는 화재 당시 다른 자치구보다 많은 랜턴 200여 개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그런데도 수가 부족해 긴급하게 관련 업체로부터 사들여 총 1천300여 개를 현장에 투입했다. 마스크 1천여 개, 장갑 1천600여 개도 구매했다.
구는 화재 진압 과정에서 강북·성북·도봉·중랑 등 인접한 4개 자치구로부터 등짐 펌프, 물차, 갈퀴, 삽 등도 지원받았다.
시 관계자는 "구청별로 화재 담당 부서에서 랜턴 20∼30개를 구비해 놓게 돼 있다"며 "전날 화재는 규모가 커서 한밤중에 랜턴 파는 곳을 섭외해 급하게 수백 개를 사 온 것이다. 평소에 많이 갖춰 놓으면 좋겠지만, 비용과 관리 문제가 있어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ts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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