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일자리 증가 장담은 오산?…"위협받는 일자리가 훨씬 많다"
(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파리 기후변화협정 탈퇴 결정이 글로벌 무역전쟁을 촉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리협정 탈퇴와 같은 에너지정책 변경으로 미국의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고 장담했지만, 이로 인해 새로 생길 수 있는 일자리보다 위협받는 일자리가 훨씬 더 많다는 분석도 나왔다.
2일 CNN머니에 따르면 무역전문가들은 미국의 파리협약 탈퇴로 미국 기업들의 제조비용이 싸지면, 무역상대국들이 미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파리협약 탈퇴는 미국기업들이 철강 등의 제품을 생산하는데 드는 비용을 글로벌 경쟁자들보다 낮추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에 따라 무역상대국들은 공정한 경쟁을 위해 징벌적 무역조처에 나설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징벌적 무역조처로는 탄소세가 활용될 수 있다. 이 세금은 미국산 수출제품에 대해 부과되게 된다.
특정 제품을 만드는데 더 많은 탄소 오염이 발생한다면 더 높은 관세를 매기는 형태다.
제프 쇼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선임연구위원은 "이는 트럼프 행정부에 정면으로 공정성 문제를 되돌려 던지는 것"이라며 "(탄소세는) 미국기업들에 잠재적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무역상대국들이 당장 탄소세 부과에 나서지는 않겠지만, 탄소 저감정책을 시행해나가는 과정에서 미국을 상대로 한 분노가 커질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미 애플과 페이스북, 구글, 모건스탠리, 마이크로소프트, 세일즈포스, 유니레버, 갭 등 미국 25개 주요 기업은 트럼프 행정부에 공개서한을 보내 "파리협약에서 탈퇴하면 우리가 보복조처에 노출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레고어 어윈 글로벌 카운슬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만약 한 국가가 탄소세를 도입한다면 다른 국가들로 확산될 수 있다"면서 "(파리협정 탈퇴로) 전통적인 의미에서 무역전쟁에 휘말릴 위험에 직면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파리협정 탈퇴로 인한 후폭풍은 무역전쟁을 불러일으킬 뿐 아니라 미국 내 일자리와 실물경제에까지 타격을 줄 수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지적했다.
파리협약 탈퇴로 타격을 입을 태양광발전이나 풍력발전산업 종사자가 가장 큰 혜택을 받을 것으로 추정되는 석탄산업 종사자보다 훨씬 많기 때문이다.
미국 에너지부가 버락 오바마 행정부 마지막에 발표한 연구자료에 따르면 미국 태양광발전산업과 풍력발전산업의 종사자는 각각 37만4천 명, 10만2천 명이다.
미국 태양광산업은 급격한 성장세 덕택에 일자리가 폭발적으로 늘어왔다. 미국 전체 일자리 증가세보다 17배 빠르다. 미국 태양광산업 일자리 중 37%는 시스템 설치 등 건설 부문이, 27%는 도매부문이 차지한다.
미국 풍력발전과 태양광발전 산업 종사자는 석탄산업 종사자 16만 명의 3배에 달한다.
석탄산업 종사자 중 8만6천 명은 석탄발전소에서, 7만4천 명은 석탄채굴과 유통부문에서 일한다. 지난해 석탄산업에서 늘어난 일자리 수는 2천개에 불과했다.
칼 호스커 세계자원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트럼프가 파리협정에서 탈퇴한다 해도 석탄산업 일자리는 되살아나지 않을 것"이라며 "추세를 늦출 수는 있어도 되돌릴 수는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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