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갈등 속에도 독일·EU를 계속 '전략적 경쟁자' 취급"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파리 기후협정 탈퇴를 공식 발표함으로써 이미 미국과 독일의 사이가 훨씬 더 멀어질 조짐이라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신문은 미국과 유럽의 대서양 동맹에 균열이 생긴 가운데 독일이 느끼는 배신감이 가장 크다고 진단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 순방 당시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상호방위 서약을 거부하고, 무역적자와 나토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들어 독일을 맹비난하며 험악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노르베르트 뢰트겐 독일 연방하원 외교위원장은 "미국이 세계대전 후에 고안해 구축한 국제질서 체계를 스스로 해체하고 있다"며 "이는 잠재적으로 매우 큰 상징성을 지닌다"고 말했다.
FT는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파리협정 탈퇴까지 선언함으로써 독일이 다시 한 번 타격을 입었다고 분석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이번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까지 내린 결정 중 가장 피해 정도가 크다고 강조한다.
니콜라스 번스 전 미 국무부 차관은 "트럼프가 빚어낸 문제는 무역, 러시아, 기후변화를 둘러싼 견해차에다 한술 더 떠서 나토에 애증을 갖고 있고 유럽연합(EU)에 반대하며 독일과 EU를 미국의 전략적 경쟁자로 본다는 신호를 계속 보내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오랜 우방인 미국과 거리 두기에 나서고 있다.
메르켈 총리는 지난달 28일 뮌헨에서 대형 천막을 친 채 맥주를 마시며 열린 정당행사에서 "며칠 새 경험으로 볼 때 다른 누군가('다른 국가' 뜻도 가능)를 온전히 의지할 수 있는 시대는 더는 아닌 것 같다"며 유럽의 운명을 스스로 챙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메르켈 총리는 나아가 인도, 중국 총리와 잇달아 만나며 새로운 동맹을 찾기 위한 빠른 행보를 보였다. 또한 일본, 호주, 캐나다 등과도 교류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들 중 어느 국가도 미국을 대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트럼프 정부에 들어 미국과의 관계가 다소 소홀해지긴 했지만, 메르켈 총리 자신도 기본적으로 대서양 동맹 관계와 독·미 관계를 외교 안보의 중심축으로 생각한다.
독일 민간 싱크탱크 마샬펀드의 수장 캐런 돈프라이드는 "메르켈 총리는 EU 밖에서 독일의 가장 중요한 동맹을 꼽으라면 미국이라고 말할 것"이라며 "다만 전략적 인내가 행사돼야만 하는 시기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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