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통보된 운전사, 라이터·휘발유로 불질러…유족 "조사결과에 불복"
웨이하이 부시장 "배상책임 중국법으로 진행"…韓대사관 "사후처리에 최선"
(웨이하이<중국 산둥성>=연합뉴스) 김진방 특파원 = 중국 공안당국이 지난 5월 중국 산둥(山東)성 웨이하이(威海)시에서 발생한 유치원생 통학차량 화재 참사는 버스 운전기사 방화가 원인이었다고 2일 발표했으나, 유족 측은 납득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산둥성 공안청은 이날 웨이하이 란톈(藍天)호텔에서의 수사결과 브리핑을 통해 중국인 버스 운전기사 충웨이쯔(叢威滋)가 심신미약 상태에서 버스에 불을 질러 참사로 이어졌다고 발표했다.
충웨이쯔는 전날 해고통보를 받은 데 불만을 품고 라이터와 휘발유를 사서 자신이 운전하던 버스에 불을 낸 것으로 조사됐다고 산둥성 공안청은 설명했다.
왕진청(王金城) 산둥성 공안청 부청장은 "웨이하이 통학버스 참사 원인은 운전기사의 방화였다. 발화 지점은 운전석 뒷자리로, 통학버스에서 운전기사가 산 라이터와 휘발유 흔적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왕 부청장은 "이 운전기사가 범행 전날 학교에서 해고통보를 받아 불만을 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애초 이 운전기사는 운전석 쪽 창문이 열린 가운데 버스 중간 부분에서 숨진 채 발견되면서 버스 뒤 칸에 앉은 아이들을 구하려다 연기에 질식해 쓰러진 것으로 추정됐었다.
중국 공안은 범행 당시 상황 분석을 위해 해당 시간대 터널을 지났던 차량 280여대의 블랙박스 등을 면밀히 분석해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감식을 위해 공안부 톈진(天津) 소방연구소, 사법부 사법 감증 과학연구소, 산둥성 공안청, 칭다오(靑島) 공안국 형사지대 기술처 등이 총동원됐다.
범행 차량이 버스로 디젤 경유차임에도 운전기사가 휘발유를 샀으며 비흡연자인데도 라이터를 구입했다는 점에서 교통사고로 인한 발화가 아니고 계획범죄 가능성이 크다고 산둥성 공안청은 밝혔다.
동영상 분석을 보면 운전기사인 충웨이쯔가 승차하면서 휘발유 통을 여는 장면도 담겨있다. 이 운전기사가 범행 버스의 트렁크에 타이어 4개를 넣어 놓아 불이 크게 났던 것으로 산동성 공안청은 파악했다.
지난달 9일 웨이하이 타오쟈쾅 터널에서 중세한국국제학교 부설 유치원 통학차량에서 불이 나 유치원생 11명과 중국인 운전기사 1명과 중국인 인솔 교사가 숨졌으며, 주중 한국대사관은 이중 국적을 포함할 때 한국인 사망자는 10명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예리윈(葉立耘) 웨이하이시 부시장 겸 공안국장은 배상 문제와 관련해 "이는 형사 사건으로 배상 책임도 중국법에 따라 진행할 것"이라면서 "시 정부에서 전문 담당 부서를 만들었으며 적극적으로 배상 문제를 협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유족과 피해자 가족이 민사 소송을 통해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면서 "책임 조사팀을 구성해 학교나 버스 회사 그리고 시 정부 관계자를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참사 유족들은 "중국 공안당국의 조사결과에 납득할 수 없다. 불복 신청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유족 대표 김미석씨는 이날 "조사결과 내용에 석연치 않은 점이 많다"면서 이런 입장을 밝혔다.
김씨는 이날 산둥성 공안청의 수사결과 발표에 앞서 설명을 들은 뒤 "중국 수사당국의 납득이 가지 않는 설명이 운전기사 책임으로 몰아가려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고 지적했다.
그는 먼저 운전석 뒤에서 화재가 처음 시작됐다는 당국의 설명에 이의를 제기했다. 그간 현장을 찍은 영상이나 사진으로 보면 분명히 운전석 쪽이 아닌 차량 오른쪽에서 불이 붙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김씨는 운전기사 충웨이쯔(叢威滋)씨가 범행을 준비하고 휘발유를 미리 사서 운전석 뒤쪽에 비치해놓았다는 중국 당국의 설명에도 의문을 나타냈다.
그는 "충씨가 버스에 4월 20일 오후 5시에 주유하고서 사고가 난 5월 9일까지 운행을 지속할 수 있었겠느냐"며 주유 당시 충씨가 샀다고 중국 당국이 주장한 기름통이 휘발유가 아닐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주중 한국대사관은 중국 측이 장례 절차, 배상 및 유족 지원 등 합당한 사후 처리를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해줄 것을 기대하며 중국 측과 협의를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외교부는 주칭다오 영사관을 통해 유가족과 소통을 계속하면서 향후 장례 절차 및 법률 지원 등 필요한 도움을 지속할 방침이다.
president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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