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117㏊ 시듦 현상…수확기 감자·마늘에 치명타
(수원=연합뉴스) 김광호 기자 = "벼 모내기는 그럭저럭 했는데 밭작물이 더 큰 걱정입니다. 고추는 시들시들 말라가고, 조만간 캐야 할 감자는 수확량이 줄고…"
경기도 안성시 삼죽면 배태리 박창규(58) 이장의 말이다.
가뭄이 계속되는 가운데 경기도 내 농민들은 저수지 물이나 하천물을 이용해 벼 모내기는 어느 정도 마쳤지만, 밭작물은 손도 못 대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고 있다.
3일 경기도와 농민들에 따르면 예년 같으면 요즘 농촌에서는 마늘, 양파, 감자, 고구마 등을 수확하고 고추, 콩, 들깨 등을 한창 파종할 시기이다.
하지만 농민들은 비가 오지 않아 밭이 바싹 마르면서 콩이나 들깨 등을 심을 엄두도 못 내고 있다고 밝혔다.
박 이장은 "본 밭에 옮겨심기 위해 모판에 들깨와 콩 등을 파종했는데 전혀 싹이 나지를 않고 있다"며 "흙 속에 수분이 전혀 없으니 싹이 나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이미 심어 놓은 고추도 시들시들 말라가고 있다"며 "이 상황이 당분간 지속하면 올해 고추 농사는 힘들 것 같다"고 했다.
화성시 서신면 매화2리 김지규 이장도 "고추 2천 포기를 심고 콩과 마늘도 각각 600평, 200평 파종했다"며 "그런데 물이 없어 고추는 말라 죽어가고, 콩은 파종한 지 15일이 지나도 싹조차 보이지 않는다"고 안타까워했다.
김 이장은 "우리 마을은 아직 모내기도 50% 정도밖에 못 했다"며 "모내기할 물도 없는데 밭에 줄 물이 있겠느냐"며 "이러다 농민들이 먼저 말라 죽을 판"이라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농민들은 수확을 앞둔 밭작물들도 올해는 가뭄으로 작황이 아주 좋지 않다고 전했다.
배태리 박 이장은 "가뭄으로 마늘과 감자는 알이 작고, 수확량도 예년보다 10∼20% 줄 것으로 보인다"며 "한창 알이 굵어져야 할 시기에 물이 부족해 잎들이 말라죽고 있다"고 말했다.
매화2리 김 이장도 "수확을 앞둔 양파와 마늘 등은 올해 작황이 좋지 않다"며 "정부나 지자체가 밭작물 가뭄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 살펴보고 신속한 대책을 마련해 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경기도는 현재 양평과 가평 등을 중심으로 양파, 고구마 등 밭작물 117㏊가 시듦 피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도는 가뭄이 당분간 더 이어지면 피해 면적은 급속히 늘어날 것으로 우려했다.
수확기 밭작물은 물론 과수 등의 작황 부진도 걱정스럽다고 덧붙였다.
도 관계자는 "도내 모내기는 화성 서신면과 평택 포승읍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95%가량 마무리한 상황"이라며 "하지만 급수가 곤란한 밭작물의 피해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수확이 끝나야 정확한 통계가 나오겠지만, 조만간 수확해야 하는 고구마, 감자, 마늘, 양파 등의 수확량이 올해 많이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가뭄으로 각종 과일 작황도 걱정"이라며 "논과 달리 밭의 경우 관정 개발 등도 어려워 대책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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