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보다 40분 더 독대…文대통령, 1층까지 배웅
靑 관계자 "두 분 사이에 이견 없었다"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2일 청와대 오찬 회동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불과 대여섯 달 전만 해도 대권 자리를 놓고 매일같이 신경전을 벌이던 두 사람은 언제 그랬냐는 듯 서로를 추켜세우며 덕담과 조언을 나눴다.
반 전 총장은 청와대에 도착해 오찬장으로 향하기 전 방명록에 "모든 국민에게 희망을 불어넣고 활기찬 새 시대를 열어가는 대통령께 무한한 경의와 축하를 드린다"고 적었다.
이어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드높이시고 한반도 평화 통일 달성에 큰 위업을 이룩하시길 기원한다"는 문구를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예정된 회동 시각인 정오에 맞춰서 청와대 본관 2층 엘리베이터 앞에서 반 총장을 기다렸다.
반갑게 악수한 두 사람은 인사말을 나누면서 오찬 장소인 백악실로 향했다.
두 사람은 대선 기간 주고받았던 날 선 언사 대신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반 전 총장은 "새 정부가 출발을 잘해서 국민의 지지를 크게 받으시니 미국 조야도 이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며 "한반도가 힘든 여건에 처해 있지만 잘하고 계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국내 정치는 소통하며 풀면 되지만 외교 문제는 당면 과제이니 총장께서 경험과 지혜를 빌려주셨으면 좋겠다"며 겸손한 태도로 조언을 구했다.
청와대 측은 구체적인 대화 내용을 밝히진 않았지만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 문제 등 민감한 외교 현안의 처리 방향을 놓고도 이야기가 오갔다고 전했다.
회동 말미에 문 대통령은 다시 한 번 "새 정부의 외교 현안 해결에 많은 조언을 부탁한다"고 요청했고 반 총장은 "언제든 그런 요청에 기꺼이 응하겠다"고 화답했다.
이날 회동의 유일한 배석자였던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언론에 공개할 내용을 그 자리에서 두 사람에게 말했고 한 대목을 수정한 것 외에 이견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변인 외에 배석자가 없었던 덕에 비교적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 오찬은 예정된 시간을 40분이나 넘겨 1시간 50분 가까이 이어졌다.
박 대변인은 춘추관 브리핑에서 "반 전 총장이 2층 오찬장 앞에서 인사를 나누자고 했지만 문 대통령은 1층 현관 앞까지 나가서 반 전 총장을 배웅했다"고 말했다.
kj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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