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 따라 바지락·굴·낙지 지천…해산물의 다양한 맛 '백미(百味)'
산골짜기 아래로 펼쳐진 어촌 풍경은 한 폭의 그림
(화성=연합뉴스) 강영훈 기자 =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서해안의 갯벌을 품은 바다 마을 백미리.
화성호·시화호 방조제로 인해 인근의 많은 갯벌이 사라진 뒤에도, 여전히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몇 안 되는 부락이다.
백미리 마을의 자랑이자 생명의 보고인 갯벌에는 바지락, 굴, 낙지, 가무락조개, 망둥이 등 수많은 해양생물이 서식한다.
마을 이름도 다양한 해산물을 맛볼 수 있다고 해서 '일백 백(百)'에 '맛 미(味)' 자를 써 백미리다.
옛 지명만 들춰내도 백미리 마을과 해산물이 얼마나 밀접한 관계인지 짐작이 간다.
백미리 마을은 '구리섬', '굴섬'이라고도 불렸다. 천연 굴을 곳곳에서 채취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이름으로는 마을 형상이 뱀이 꼬리를 사리고 있는 모습이라 하여 '밸미', 산 너머 골짜기 아래로 펼쳐져 있다고 해 '당너머'라고도 불렸다.
함박산에서 내려다본 백미리 마을은 한 폭의 그림처럼 작고 예쁘다.
나이 지긋한 백미리 어르신들은 과거 연중 밀물 수위가 가장 높아지는 백중사리 때가 되면, 지금은 마을을 이룬 산 앞쪽까지 바닷물이 들어왔다고 자랑스레 말한다.
바닷가 인접한 산골짜기 마을, 백미리는 농·어촌이 공존하는 곳이다.
마을 초입 구불구불 연결된 1차로 시골 길을 달리다 보면 눈 앞에 펼쳐지는 풍경은 분명 푸른 논밭인데, 비릿한 바닷냄새가 풍겨온다.
현재 백미리 마을에는 90가구, 270여 명이 거주한다.
주민들은 예로부터 반농반어(半農半漁), 농사를 지으면서 고기를 잡아왔다.
백미리 마을의 상징인 갯벌에 다다르면 한가운데에 우뚝 솟은 '감투섬'이 눈에 띈다.
옛날 옛적 양반이 쓰던 감투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 지금에 이르고 있다.
농사일을 마치고 바다로 나갈 때, 마을 사람들은 감투섬을 보고 무사 안녕을 빌었다고 한다.
뾰족이 솟은 감투섬 주변으로 드넓게 펼쳐진 갯벌은 30㏊(30만㎡)에 달한다.
갯벌은 주민에게는 삶의 터전이, 관광객들에게는 어촌체험 현장으로 기능하고 있다.
썰물 때가 가까워질 때쯤, 갯벌에 발을 내디디니 칠게 한 마리가 고둥의 일종인 댕가리를 안고 식사 준비를 하는 모습이 금방 눈에 띈다.
펄을 쓸고 오가는 바닷물이어서 탁도가 높을 것으로 생각했으나, 얕은 물에서는 해양생물들의 움직임이 훤히 보일 정도로 맑다.
갯벌에 들어서면 마치 스펀지를 밟는 느낌인데, 그렇다고 발이 푹 빠질 정도는 아니다.
한해 10만여 명의 관광객이 찾는 갯벌에는 주민들이 자갈과 모래를 깔아뒀다.
어린이들의 안전을 위해서다.
갯벌을 밟아도 발은 1∼5cm가량밖에 빠지지 않는다.
백미리 마을은 연중 갯벌에서 바지락을 채취하도록 허락한다.
다만 바다는 갯벌 입장 시간을 하루 6시간 정도로 제한한다.
밀물이 들어오면 갯벌의 점유자는 사람에서 바다로 바뀐다.
이 곳에서는 초보자라도 1∼2시간이면 2㎏짜리 그물망을 넉넉히 채울 수 있다. 바지락이 그만큼 많다.
굴은 겨울철, 낙지는 봄·가을철에 주로 난다. 이 또한 각 시기에 맞춰 체험이 가능하다.
낚시꾼들에게도 백미리 마을은 특별한 곳이다.
백미항에서 배를 잡아타고 나가면 숭어, 광어, 노래미, 우럭 등을 낚을 수 있다.
갯벌에서도 낚시가 가능하다.
망둥이가 활동하는 7∼11월이면 갯벌이 대나무 낚싯대를 든 인파로 가득하다.
실지렁이 미끼를 끼워 낚싯대를 드리우면 망둥이가 득달같이 달려들어 재미가 쏠쏠하다.
갯벌에 말뚝을 박고 그물을 걸어 물고기를 잡는 건간망 낚시도 인기다.
밀물과 썰물의 원리를 이용한 낚시법으로, 백미리 마을 관광에서 빼놓을 수 없는 체험이다.
갯벌에서 실컷 놀고 나온 뒤에는 자연산 바지락을 가득 넣은 칼국수로 배를 채우면 된다. 가격은 7천원으로 아주 착하다.
망둥이 철에는 별미인 망둥이 매운탕·조림도 맛볼 수 있다.
양형주 백미리 어촌계 간사는 "백미리 마을은 여전히 깨끗한 갯벌을 간직하고 있으며, 다양한 해양생물이 사는 생명의 보고"라며 "온 가족이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으니 많은 이들이 찾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ky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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