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가계부채 증가속도 둔화…안정세로 접어들었다 평가
가계부채 증가세 계속되고 부동산가격도 급등세…안심 못해 지적도
(서울=연합뉴스) 김지훈 기자 = 최근 몇 년 사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계부채를 잡기 위해 금융당국이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등 대책을 내놓았지만 그 효과에 대해선 엇갈린 평가가 나온다.
가계부채의 증가 폭은 점차 둔화하고 있지만 증가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는 데다 최근 부동산가격의 급등으로 부동산에 자금이 몰리는 현상도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분기별로 발표하는 가계 빚 통계인 가계신용 잔액은 지난 3월 말 현재 1천359조7천억원(잠정치)이었다.
이는 역대 최대 수준이지만 가계신용 잔액이 원래 감소하지 않고 계속 늘어난다는 점을 고려하면 잔액보다는 증가 규모가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올 1분기 가계신용은 작년 말(1천342조5천억원) 보다 17조1천억원(1.3%) 증가했다.
1분기 증가액이 작년 1분기(20조6천억원)보다 3조5천억원 줄었고 작년 4분기(46조1천억원)의 절반에도 못 미쳤기 때문에 급증세가 한풀 꺾인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특히 4월 금융기관 가계대출 증가액이 작년 같은 달보다 줄었다는 점을 들어 가계부채의 증가속도가 둔화하면서 안정세로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은행권 대출규제 강화 때문에 2금융권에 대출수요가 몰렸던 '풍선효과' 현상도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확대 적용하면서 해소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정부는 지난해 '갚을 능력에 맞게 돈을 빌리고 처음부터 빚을 나눠 갚도록 한다'는 모토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도입했고 단계적으로 적용 대상 권역을 확대해왔다.
금융위는 앞으로도 부동산시장 안정과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 분할상환 관행 정착 등으로 가계대출이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금융당국 외부의 평가는 사뭇 다르다.
가계부채의 잔액뿐 아니라 증가액의 수준이 아직 높은 데다 최근 부동산시장의 과열 양상까지 겹쳐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기자회견에서 "올해 1분기 가계대출 증가세는 예년에 비춰보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현재로써는 가계부채가 꺾였다고 확언하기에는 이르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또 "가계의 소득기반을 높여주는 것이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는 장기적으로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강조했다.
5월 말 기준으로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기업 등 6개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380조4천322억원을 기록, 전월 대비 1조3천599억원 증가했다.
6개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올해 1∼2월 감소세를 보이다 3월과 4월엔 소폭 늘어나는 데 그쳤었다.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전월 대비 1조원 넘게 늘어난 것은 올해 들어 처음이다.
이런 인식은 문재인 정부의 정책 기조를 봐도 크게 다르지 않다.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금융위원회의 업무보고 자리에서 "경제 전문가들은 금융위가 가계부채 관리와 주거래은행 중심의 상시 구조조정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고 본다"며 "특히 지난 6개월여 국정 공백 기간에 계획은 있지만 제대로 실천했는지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1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8월 중으로 관계부처 합동 가계부채 종합관리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의 가계부채 정책은 부동산경기 활성화를 통해 부진한 경기를 부양한다는 전임 정권의 기조를 벗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선거전 공약집에도 가계의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 비율이 150%를 넘지 않도록 관리하는 총량 관리제를 도입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그동안의 가계부채 대책은 효과가 없었으며 가계부채는 미래에 더 큰 어려움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어 부동산으로 자금이 몰리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hoon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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