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기반 가상화폐…확장성 앞세워 급성장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 비트코인이 지켜온 가상화폐 선두 자리를 이더리움(Ethereum)이 위협하고 있다.
이더리움은 인터넷에서 거래되는 블록체인(분산저장기술) 기반의 가상화폐다. 화폐 단위는 1이더(ETH)로, 달러 환산 가격이 연초 대비 약 30배 뛰었다.
가상화폐 전문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의 가상화폐 시장 점유율은 2월까지만 해도 85%에 달했지만, 현재는 50%대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이더리움의 점유율은 20% 수준으로 4배 가까이 뛰었다. 지금까지 나온 가상화폐는 700종이 넘는다.
이더리움의 급속 성장 배경은 한층 진화한 블록체인 기술이다.
'디지털 공공 장부'로 불리는 블록체인은 중앙 집중형 서버에 거래 기록을 저장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데이터를 일종의 묶음 형식으로 분산·저장해 거래에 참여하는 사람들과 공유한다. 참여자 간 거래 데이터는 블록 단위로 저장돼 모든 거래 참여자에게 전송되고, 참여자가 타당한 거래라고 승인해야만 새로운 블록이 형성돼 기존의 블록체인에 연결될 수 있다. 블록체인은 투명성과 보안성이 뛰어나 금융과 물류 등 다양한 사업에서 활용되고 있다.
러시아 이민자 출신 캐나다인 비탈리크 부테린이 19세였던 2014년 개발한 이더리움은 비트코인처럼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다.
하지만 블록 크기가 1MB로 고정된 비트코인과 달리 블록 크기가 제한돼 있지 않고, 블록이 만들어지는 주기 역시 12초로 비트코인(10분)보다 훨씬 짧다. 이 때문에 한 블록 안에 더 많은 정보를 실을 수 있고, 거래 승인도 신속하게 이뤄진다.
이더리움은 비트코인과 달리 블록에 거래 기록뿐 아니라 반복 구문과 조건 등 실행 코드를 포함할 수 있다. 일종의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셈이다. 이 때문에 이더리움은 화폐보다는 개발 플랫폼에 더 가깝다는 지적도 있다.
이더리움의 프로그래밍 기능을 이용한 것이 스마트 계약(Smart Contract)이다.
스마트 계약은 계약 조건과 이행 사항 등 계약에 필요한 요소들을 설정한 후 이 요소가 충족되면 인간의 개입 없이 자동으로 실행되는 디지털 계약을 말한다. 반복적인 계약이 필요한 보험, 채권, 선거 등에서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보험 계약에 보행자가 횡단보도에서 차에 치이면 보험금 500만원을 지급해야 하는 조항이 있다면 보험사는 500만원을 미리 스마트 계약 시스템에 입금하고, 횡단보도를 건너는 보행자의 교통사고라는 조건이 충족되면 출금이 가능하도록 설정할 수 있다. 뺑소니나 사고 운전자의 음주 여부 등 다양한 조건을 추가로 설정해 지급액을 다르게 설정할 수도 있다.
스마트 계약은 이러한 과정이 블록체인을 통해 관련자들에게 공유되기 때문에 무단 변경이나 위·변조가 어렵다.
이더리움이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과 결합한다면 각종 계약이 자동화되고, 참여자가 투명하게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다른 가상화폐들과 마찬가지로 투기 수요에 취약해 가격 변동이 심한 점은 해결 과제로 꼽힌다.
okk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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