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세지는 트럼프 통상압력에 한국기업들, 살길 찾아 안간힘

입력 2017-06-04 07:01  

거세지는 트럼프 통상압력에 한국기업들, 살길 찾아 안간힘

관세폭탄·반덤핑 조사 확대로 압박…미국 법원서 구제 호소

삼성 등 대미 로비 강화…워싱턴 사무소 짓고 로비지출 늘려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김동현 윤보람 기자 = 갈수록 거세지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파고에 대미(對美)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기업들이 코너에 몰리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수입규제 단골 품목인 철강에서 다른 산업으로 반덤핑 조사를 확대하자 국내 주요 그룹의 수출길이 막힐 위기다.

이에 기업들은 미국 법정에서 힘겨운 싸움을 하고 미국 로비업체에 수억 원을 쥐여주는 등 살길을 찾아 안간힘을 쓰고 있다.





◇ 철강에서 태양광까지…끝없는 통상 압박 =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4월 탄소합금강선재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시작으로 한국산 수출품에 포문을 열었다.

지난달에는 냉간압연강관에 대한 반덤핑 조사와 결정질실리콘태양전지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조사가 시작됐고 최근에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폴리에스테르 단섬유 수입에 따른 미국 업체의 피해 여부 조사에 들어갔다.

또 지난 5년간 이미 두 차례나 한국산 세탁기에 대해 덤핑 제소를 한 월풀(Whirlpool)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미국에서 세탁기를 덤핑 판매했다면서 ITC에 세이프가드 발동을 청원했다.

미국은 최근 한국산 등 외국산 태양광전지 수입에 대한 세이프가드를 검토하고 있다고 세계무역기구(WTO)에 공식 통보했다.

이에 해당하는 국내 업체는 한화큐셀, LG전자, 현대그린에너지 등이다. 현대그린에너지는 현대중공업이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난 4월 독립법인으로 분사했는데 출범하자마자 복병을 만났다.

한국태양광산업협회에 따르면 한국은 작년 미국에 12억 달러(약 1조3천500억원) 상당의 태양광전지를 수출했다. 미국은 주요 태양광 시장인 만큼 업계는 협회를 중심으로 조사에 공동 대응하고 있다.

철강업계는 미국 정부가 수입산 철강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미국 정부가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할 경우 수입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한 조항으로 이달 말 조사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미국 상무부에 "한국산 철강이 미국 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공식 입장을 제출했지만, 업계에서는 최근 분위기를 고려하면 결국 일부 철강 품목에 제한 조치가 내려지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나온다.






◇ 법원으로 달려가는 기업들 = 이미 관세 폭탄을 맞은 기업들은 미국 법정에서 규제의 부당함을 주장하며 구제를 호소하고 있다.

정부도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검토하는 등 국가 차원에서 노력하고 있지만, 기업들은 출혈을 지켜만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유정용 강관(OCTG)에 대한 반덤핑 최종 판정에서 예비 판정보다 높은 반덤핑 관세를 부과받은 현대제철과 넥스틸은 최종 판정이 증거가 불충분하고 합법적이지 않다며 최근 미국 국제무역법원(CIT)에 제소했다.

당초 현대제철과 넥스틸은 예비 판정에서 각각 5.92%와 8.04%의 관세를 부과받았지만 지난 4월 최종 판정에서 13.84%와 24.92%로 크게 올라갔다.

현대제철은 먼저 부과받은 도금과 냉연, 열연 강판 관세에 대해서도 CIT에 제소해 심의가 진행 중이다.

CIT 제소는 판결까지 오랜 시간과 비용이 드는 데다 결과도 보장할 수 없지만, 기업이 대응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다.

현대중공업도 지난 3월 미국으로 수출하는 대형 변압기에 대해 예비 판정의 20배에 달하는 61%를 부과받자 즉시 CIT에 제소했다.

4일 회사 관계자는 "이미 최종 판정이 나왔기 때문에 결정을 뒤집기는 쉽지 않겠지만 소명할 창구가 있어 활용한 것"이라며 "관세 감액이 이뤄지거나 어느 정도 절충안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 트럼프 어르고 달래기…로비업체만 배불려 = 관세 등 수입제한 조치가 결정된 이후의 대응은 너무 늦고 피해가 크다.

업체들은 미국 로비업체와 계약을 체결하고 미국 워싱턴 D.C.에 현지 사무소를 신설하는 등 미국 정부를 상대로 적극적인 로비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 등 삼성 계열사가 미국 상원에 신고한 로비 내역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올해 1분기 총 73만 달러(약 8억2천만원)를 사용했다. 삼성전자가 68만 달러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총 164만 달러를 신고했는데 올해에는 3개월 만에 그 절반에 가까운 금액을 지출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신고서에 로비 현안으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개혁과 무역규제, 미국 투자, 한미 관계, 법인세 개혁, 특허소송 개혁, 한미 FTA 등을 기재했다.

지난 4월에는 손영권 삼성전자 전략혁신센터(SSIC) 사장이 미국 내 주요 외국 기업 현지법인 대표 10여명과 함께 트럼프 행정부 각료들을 만났다. 손 사장은 미국 내 외국 기업들로 구성된 '국제투자협회(OII)' 내 모임인 'CEO 서클' 멤버이다.

참석자들은 회동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미국 내 외국인 투자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 등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는 통상 기능 강화를 위해 올해 초 미국 법인 산하에 워싱턴 사무소를 처음으로 개소했다.

체계적인 대응을 위해 상무보급 사무소장을 보임하고 통상 전문 변호사를 채용했다.

현대제철도 지난해 조직개편을 통해 팀 단위로 운영되던 통상 조직을 실로 확대했다.

현대자동차도 지난 2월 미국 연방 정부 고위직 출신을 워싱턴 D.C. 사무소의 대관 담당 임원으로 영입했다.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주한미국상공회의소의 방미 경제사절단에 잇달아 참여하는 등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미국 내 소통 행보를 넓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blueke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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