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종교단체' 자연장지 편법 조성 기승…주민들과 마찰(종합)

입력 2017-06-06 14:40  

'무늬만 종교단체' 자연장지 편법 조성 기승…주민들과 마찰(종합)

종교단체 운영 자연장지 2015년 기준 36곳…5년새 2.5배↑

허가 쉬운 종교단체 내세운 꼼수 횡행…처벌 강화 목소리 커져

(전국종합=연합뉴스) 전창해 기자 = 매장 위주였던 장묘문화가 바뀌면서 자연 친화적인 자연장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수요도 점차 늘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종교단체를 내세우는 편법을 동원, 영리 목적의 사설 자연장지를 개설하려다 갈등을 빚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인허가 심사나 행정소송 등에서 대부분 제동이 걸리지만, 주민과의 마찰은 물론 행정력을 낭비한다는 점에서 적발 땐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6일 한국장례문화진흥원에 따르면 2008년 정부가 자연장 제도를 도입한 이후 8년이 지난 2015년 기준 전국에는 지자체 공설 자연장지 51곳, 사설 자연장지 1천463곳이 들어섰다.

장묘문화의 변화에 따라 화장한 골분을 잔디나 화초, 나무 주변에 묻는 자연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결과다.

실제 2014년 한 여론조사 기관이 전국 화장시설 이용자 3천85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14.3%가 자연장지를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2015년 통계청 사회조사(전국 일반인 3만9천명 대상 설문)에서는 자연장에 대한 선호도가 45.4%나 됐다.

자연장은 비용이 저렴하고 관리가 편리하다는 점에서 갈수록 주목받고 있다. 일반묘지와 달리 경관적인 측면에서도 거부감이 덜하다.

자연장 난립을 막고자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을 통해 개설 주체를 제한하고 있다.

사설 자연장지 1천463곳 중 대부분은 개인(87곳)·가족(660곳)·종중(671곳) 등 이용 대상이 특정돼 있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수익사업을 할 수 있는 자연장지는 법인이나 종교단체만 개설할 수 있다.

자연장지 운영을 위한 재단법인이나 공공법인은 설립 단계부터 심사가 까다로워 2015년 기준 9곳에 불과하다.


반면 종교단체는 특성상 일정 조건만 갖추면 자연장지 허가 신청을 할 수 있어 2011년 14곳, 2012년 19곳, 2013년 24곳, 2014년 29곳, 2015년 36곳으로 5년 새 그 수가 2.5배나 늘었다.

이런 점을 악용, 종교단체를 앞세워 자연장지를 조성, 영업하려는 변칙이 등장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충북 제천시 두학동에서는 자연장지를 조성하려는 사업자와 이를 반대하는 주민 간 갈등이 법정싸움으로 비화해 15년째 공방을 벌이고 있다.

사업자 A씨는 2003년께 제천 신백·두학동 일대에 15만여㎡ 규모의 자연장지를 조성하려고 충북도에 재단법인 설립 신청을 냈다가 주민 반발 등을 이유로 거부당하자 종교단체와 손을 잡았다.

강원도의 한 종교단체와 업무협약을 맺고, 자연장지 사업주체로 이 종교단체를 내세웠다. 다만 업무는 종교단체로부터 권한을 위임받는 방법으로 A씨가 변함없이 수행했다.

제천시는 그러나 '순수한 종교단체의 자연장지 사업 취지에 배치된다'며 허가를 내주지 않았고, 이 종교단체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지난달 말 법원은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자연장지의 실질적인 운영 주체는 종교단체가 아니라 A씨로 판단된다"며 제천시의 손을 들어줬다.

A씨와 종교단체 측의 대법원 상소 가능성이 남아 있어 아직은 이 자연장지 조성을 둘러싼 법적 분쟁이 완전히 소멸된 것은 아니다.

제천시 수산면에서도 실체가 불분명한 종교단체가 자연장지를 조성하려다 2년간의 법정 다툼 끝에 수포로 돌아갔다.

문제의 사찰은 2013년 5월 수산면 오티리 임야 2만2천954㎡에 자연장지를 조성하기로 하고, 제천시로부터 허가를 받았다.


이 사찰은 자연장지 조성 직전 매각을 추진한 것으로 드러나 허가가 취소되자 행정소송을 냈고, 제천시는 지난해 12월 대법원 확정판결로 최종 승소하기까지 2년간 행정력을 소모해야 했다.

부산에서도 최근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사찰을 내세워 자연장지를 조성하려던 사업자가 관할 기초단체에 제동이 걸렸다.

지난 4월 부산 북구는 덕천동 일대 2만3천㎡ 부지에 자연장지를 조성하겠다는 A 사찰의 사업 허가 신청을 반려했다.

A 사찰의 실체가 모호했기 때문이다. A 사찰은 대한불교조계종 산하인 것처럼 등기했지만, 종단에서는 이 사찰과의 관련성을 부인했다.

심지어 이 사찰이 구청에 밝힌 주소지는 컴퓨터 상가 내 일반 사무실이었다.

일부 사업자가 종교단체에 자연장지 조성을 허용하는 현행법을 악용하면 대부분은 그 의도가 드러나 행정기관이나 법원에 의해 차단된다.

하지만 수년간 주민갈등을 부르거나 소송으로 인한 행정력 낭비로 인해 사회적인 비용 손실이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종교단체를 앞세워 자연장지로 돈벌이하려는 악용 사례가 적벌되면 형사 책임을 지도록 하는 강력한 처벌 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장례문화진흥원 관계자는 "불온한 목적으로 자연장지를 조성하려는 시도가 늘어나면 자칫 건전한 장례문화의 하나로 자리 잡고 있는 자연장에 대한 거부감이 생길 수 있으므로 처벌 규정을 강화해 경각심을 불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jeonc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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