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권 보장' 목소리 커지며 '냥줍'·'멍줍' 등 신조어도 등장
(서울=연합뉴스) 오수진 기자 = 지난해 결혼한 직장인 정모(31·여)씨는 남편과 함께 강아지 두 마리를 키우고 있다.
결혼 전에 친정에서 키우던 강아지를 신혼집에 데리고 온 뒤 남편과 자신이 집을 비우는 평일 낮에 강아지가 외로움을 탈 것 같아 한 마리를 더 입양했기 때문이다.
정씨는 사료, 배변 패드와 같은 소모품을 사는 데 돈을 아끼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간식도 시중에 파는 것은 해롭다는 생각에 직접 만들어 먹인다. 일주일에 한 번 강아지 전용 입욕제를 욕조에 풀어 강아지 스파도 따로 시킨다.
정씨는 "사실 아직 아기를 키워본 경험은 없지만, 아기를 키우면 이 정도 정성이 들지 않을까 싶다"며 "강아지들이 퇴근 후 나에게 주는 힐링을 생각하면 돈이 아깝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피상적 인간관계에 지친 현대인들이 강아지나 고양이를 즐거움만 주는 '애완동물'이 아니라 교감을 통해 정서적 안정을 얻는 '반려동물'로 인식하고 있다. 과거 부모, 배우자, 자녀와 같이 친밀한 가족에게 느꼈던 감정을 그대로 반려동물을 통해 느끼는 것이다.
5일 인공지능 기반 빅데이터 분석업체 다음소프트가 반려동물, 유기동물 관련 빅데이터(블로그 7억5천991건, 트위터 121억5천678만건)를 분석한 결과, 애완동물 언급량은 2012년 22만6천454건에서 2016년 34만8천552건으로 53% 늘었지만, 반려동물 언급량은 같은 기간 9만1천2건에서 26만3천942건으로 190% 폭증했다.
올해 들어서는 지난달 31일까지 애완동물 언급량이 13만5천93건, 반려동물 언급량이 11만9천364건으로 차이가 크지 않은 편이다.
이는 동물을 단순히 귀여워하며 돌보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동물과 함께 인생을 살아가며 인간도 위로를 받는다는 사회적 인식이 확산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동물은 '소유물'이 아니라 삶을 함께하는 '동반자'라는 문화가 퍼지며 이들의 권리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커진다. 빅데이터 속 유기동물 보호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는 이유다.
특히 젊은층을 중심으로 유기동물에 대한 인식이 크게 바뀌며 이들을 언급하는 각종 신조어가 활발하게 쓰이고 있다.
'냥줍'(새끼 고양이를 데리고 와 보호하는 것), '멍줍'(어린 강아지를 데리고 와 보호하는 것), '집사간택'(길고양이가 사람을 따라오는 것)의 언급량은 2012년 209건에 불과했지만 2016년에는 3만3천167건으로 150배 넘게 늘어난 것이 그 예다.
유기동물 관련 유명인 언급량은 가수 이효리(4천427건)가 압도적으로 많았으며 아이돌 인피니트(1천781건)가 그 뒤를 이었다.
이효리는 꾸준히 유기동물 보호 활동을 하는 동시에 유기견 순심이를 키우는 스타로 유명하다. 인피니트는 지난 2012년 유기견 방지 공익광고를 자체 제작해 화제가 됐으며 멤버 중 한 명인 엘은 유기동물 돕기 화보를 촬영하기도 했다.
유기동물 관련 유명인 3위는 문재인 대통령(1천182건)이다. 문 대통령은 자신이 기르던 풍산개 마루와 유기묘 찡찡이를 청와대로 데려온 것에 이어 도살 직전에 극적으로 구출된 유기견 토리도 입양해 청와대에서 함께 키울 예정이다.
특히 문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자신의 트위터에 공개한 찡찡이와 마루에 대한 소식, 찡찡이와 함께 찍은 사진은 5만회가 넘게 리트윗되며 크게 화제가 됐다.
sujin5@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