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일산 등 "서울 오르니까 우리도"…매물 없고, 호가 올라
강남권은 "규제 임박했다" 매수 급감…전문가 "정부 대책따라 주택시장 좌우"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박인영 기자 = 대통령 선거 이후 본격적으로 달아오르기 시작한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서울 인근 신도시와 수도권으로 확산하고 있다.
신도시와 경기도 일부 등지의 아파트값 상승폭이 커지고 물건도 일부 회수되는 양상이다.
그러나 정작 상승세의 진원지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시장은 가계부채관리방안 등 부동산 규제가 나올 것이라는 예상에 지난주부터 매수자들이 일단 관망세로 접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조만간 윤곽을 드러낼 새 정부의 대출 규제 등 부동산 대책의 강도에 따라 주택시장의 향배가 갈릴 것으로 내다본다.
◇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 신도시 등지로 확산
4일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45% 상승했다. 이는 2주 전(0.30%) 조사 때보다 0.15%포인트 높아진 것이면서 2006년 11월 24일(0.45%) 이후 주간 상승률로 10년 반 만에 최고치다.
강동구 둔촌 주공, 강남구 개포 주공 등 사업 추진이 빨라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한 재건축 아파트값이 상승세를 견인했다. 지난주 재건축 대상 아파트값은 1.05% 올라 역시 2006년 11월 10일(1.99%) 이후 10년6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
서울에 비해 잠잠했던 신도시와 일부 경기지역 아파트값도 들썩이고 있다. 지난주 1기 신도시 아파트값은 0.13% 상승해 그 전주(0.04%)보다 오름폭이 0.09%포인트 확대됐다.
분당이 0.24%로 가장 많이 올랐고 평촌(0.08%)·판교(0.08%)·일산(0.07%)·파주 운정(0.05%) 등이 강세를 보였다.
분당 서현동 삼성한신 전용면적 84㎡의 로열층이 최근 7억2천만원에 팔린 이후 호가가 7억∼7억5천만원으로 상승했다.
분당 서현동 S공인 대표는 "대선 이후 서울 아파트 시장이 요동치니 최근 들어 이곳 집주인들도 호가를 높여 매수자가 나타나면 금세 2천만∼3천만원씩 호가를 올린다"며 "매물이 부족한 상태여서 한두 건만 거래돼도 호가가 올라버린다"고 말했다.
일산신도시도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개발 호재 등으로 투자수요가 몰리기 시작해 대선 이후부터 가격이 상승세다. 일산 강선마을 3단지 한신아파트 전용 84㎡는 한 달 전 3억5천만원이었으나 현재 2천만∼3천만원 오른 3억6천만∼3억8천만원에 호가가 형성돼 있다.
일산서구 주엽동 H공인 관계자는 "전세를 끼고 '갭투자'를 하려는 수요자들이 많은데 매물이 나오는 즉시 거래가 되면서 매물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전셋값은 1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대로인데 매매시장만 들썩거리고 있다"고 말했다.
2주 전 보합세를 보이던 2기 신도시도 지난주 주 0.02%로 상승 전환했다.
화성 동탄2신도시는 지난해 11·3대책 이후 청약조정지역으로 지정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가 최근 들어 하락세를 멈췄다.
동탄2신도시내 O공인은 "서울 아파트값이 계속 올라가니 이쪽도 집주인들이 내놨던 급매물들을 하나둘씩 회수하는 모습"이라며 "그러나 아직 매수세들도 지켜보는 입장이어서 매도-매수자 간에 호가 공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과천시는 서울발(發) 가격 상승에 자체 재건축 재료까지 겹치면서 가격이 초강세다. 과천 주공6단지 전용 47.3㎡는 거래가 6천9천500만원까지 이뤄진 뒤 현재 7억3천만∼7억6천만원으로 호가가 상승했다.
과천 별양동 H공인 대표는 "과천 주공4·5단지의 경우 최근 재건축 정비구역으로 지정됐고 주공6단지는 조합장 교체 이후 사업 추진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매물이 회수되고 가격도 강세"라며 "가격이 단기에 많이 오르다보니 매수자들도 겁이 나서 달라붙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 "정부 규제 임박했다" 강남권 아파트 상승세 '움찔'…관망 전환
그러나 지난주부터 이러한 상승 기류에 다소 제동이 걸리는 모습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8월까지 가계부채 종합관리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하면서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임박했다는 위기감이 감돌고 있어서다.
가장 발 빠르게 변화를 보인 곳이 강남권 재건축 단지다.
최근 가파른 가격 상승세를 주도했던 강동구 둔촌 주공아파트 단지와 강남구 개포 주공1단지는 지난주부터 매수세가 감소하고 이에 따른 호가 상승도 멈췄다. 최근 한 달여 사이에 가격이 최고 1억원 이상 급등하면서 상승 피로감이 커진 데다 정부의 대책 발표가 예고되면서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특히 지난달 30일 평소 LTV(주택담보인정비율), DTI(총부채상환비율) 완화를 가계부채 증가의 원인으로 꼽았던 김현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 장관에 내정된 이후 분위기가 180도 변했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둔촌동 S공인 대표는 "지난주 들어 집주인들이 거둬들였던 매물을 다시 내놓기 시작했는데 그간 매물이 없어 조바심을 내던 매수자들이 한발 물러서서 달려들지 않는다"며 "지난주 중반부터 호가 상승세도 멈춘 상태"라고 말했다.
강남·서초권역의 재건축 단지도 관망세로 돌아섰다.
개포 주공1단지 N공인 대표는 "정부가 대출 규제를 한다고 하니 시장이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 같다"며 "가뜩이나 가격이 단기간에 많이 올라 매수자들이 부담스러워했는데 금주 들어 매수문의가 급감하면서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고 말했다.
강남권 일반 아파트쪽도 매수세가 주춤하다.
잠실동 E공인 대표는 "대선 이후 잠실 일반아파트도 5천만원 이상 올랐는데 정부 대책 발표 우려로 지난주 들어 매수자들의 추격매수가 끊긴 상태"라며 "당분간 관망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수도권 집값 변동의 바로미터인 강남 아파트 시장이 눈치 보기에 들어가면서 강북과 다른 수도권 아파트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박원갑 부동산수석위원은 "최근 상승세는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한 강남 재건축부터 급격하게 치고 올라가면서 주택 투자자들의 불안심리를 자극했고 서울과 수도권의 일반아파트로 상승세가 확산하는 모양새였다"며 "당분간 상승 여진은 있겠지만, 이상 기류의 진원지인 강남이 잠잠해지면 다른 곳도 관망세로 돌아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전문가들 "강도 높은 대책시 주택시장 경착륙 우려…수위 조절해야"
앞으로 주택시장의 움직임은 정부 대책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정부는 조만간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청문회를 통해 대출 규제 강화, 단계적 전월세상한제 도입 등에 대한 의견을 밝히는 형태로 주택시장 진화를 위한 '구두개입'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당장 후보자의 발언 강도에 따라 주택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금융당국 역시 8월 가계부채 종합대책 발표 전이라도 필요하면 수시로 대책을 발표에 시장에 개입하겠다는 입장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과거 참여정부 수준의 강도 높은 대책을 내놓을 경우 주택시장의 경착륙과 함께 가계부채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건국대 부동산학과 심교언 교수는 "최근 서울 아파트값 상승은 주택보급률이 95%에 머문 상태에서 베이비부머 세대 은퇴자들이 안전자산인 서울 아파트에 투자하면서 나타난 현상이지만 그동안 공급이 많았던 지방은 미분양이 늘고 가격도 약세로 돌아섰다"며 "과도한 부동산 규제는 시장을 장기 침체로 몰고 갈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허윤경 연구위원은 "최근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를 과열 현상으로 보긴 어렵다"며 "오히려 하반기 이후 수도권의 입주 물량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정부 대책이 과도해 집값이 폭락할 경우 대출이 부실해지고 하우스푸어를 양산하는 등 주거불안 문제가 커질 수 있어 적절한 수위 조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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