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당·노동당 격차 급격한 축소속 막판 표심 흔들 변수 또 돌발
(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 영국 런던 시내에서 3일(현지시간) 발생한 차량·흉기 테러가 나흘 앞으로 다가온 조기총선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이번 테러는 지난달 22일 맨체스터에서 발생한 자살폭탄테러로 22명이 숨지고 116명이 다치는 2005년 런던 지하철 테러 이후 최악의 참사가 발생한 지 불과 10여일 만에 발생한 것이어서 총선에서 안보 이슈를 다시 부각시킬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이날 테러사건은 보수당과 노동당 지지율 사이의 격차가 급격히 좁혀든 추세에서 불거진 것이어서 선거 막판 표심에 영향을 미칠 대형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이날 오후 10시께 런던 시내 런던 브리지에서 승합차 1대가 인도로 돌진해 사람들을 친 뒤 범인 3명이 차에서 내려 인근 버러마켓에서 사람들을 대상으로 흉기 공격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 인해 최소 2명이 목숨을 잃고 20명이 다쳤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사건 수습 과정에서 사망자나 부상자들이 늘어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일간 더선은 많게는 7명이 목숨을 잃었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경찰이 용의자들을 추적하는 가운데 2명이 현장 인근에서 무장경찰에 의해 사살됐다고 더선은 보도했다.
이번 테러는 지난달 22일 맨체스터 테러 발생 직후 영국 정부가 테러 경보 단계를 '심각' 단계에서 최고수준인 '위급'으로 끌어올렸다가 3일 만에 다시 '심각'으로 내린 가운데 발생했다.
영국 정부는 테러 경보단계를 '심각' 단계로 내렸지만, 시내 주요 시설과 다중시설에 증원 배치한 무장경찰 투입을 유지해오고 있다.
테리사 메이 총리는 이날 테러 보고를 받은 뒤 즉각 긴급 안보회의인 '코브라 회의'를 소집하고 "테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직후 런던경찰은 이번 사건을 '테러사건'으로 선언했다.
잇따른 테러 발생으로 정부의 테러 대처 능력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야당은 맨체스터 테러가 발생하자 2010~2016년 내무장관으로 재임한 점을 들어 메이 총리를 향해 공세를 펼쳤다.
메이 장관 재임 당시 경찰인원이 2만명 축소된 것이 테러사건의 한 배경이 됐다고 공격했다.
보수당이 '안보결집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지만 맨체스터 테러 발생이 선거 판세에 영향을 미쳤는지는 불투명하다는 게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중론이었다.
테러 직전 메이 총리의 노인 대상 '사회적 돌봄' 서비스 축소 공약 발표 이후 보수당 지지율이 하락하기 시작했고 맨체스터 테러 발생 이후에도 보수당과 노동당 사이의 격차 축소 흐름은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런 흐름은 이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날 발표된 여론조사기관 서베이션 조사에 따르면 보수당과 노동당 격차는 1%포인트까지 좁혀졌다.
5월27~6월1일 공개된 6개 여론조사에선 보수당은 42~45%, 노동당은 33~40%였다. 조사별 격차가 작게는 3%포인트, 크게는 12%포인트까지 편차를 보였다. 그럼에도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보수당이 과반의석을 확대할 것이라는 전망을 유지했다.
이 경우 메이 총리는 국민의 확고한 신임을 토대로 오는 19일 시작될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협상에서 강력한 협상권을 손에 쥐게 되지만 그렇지 못하면 그가 던진 조기총선 승부수는 실패로 귀결되면서 입지가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메이 총리는 선거 막판 이슈를 자신에게 유리한 이슈인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협상으로 되돌리려고 애쓰는 가운데 이번 테러사건에 맞딱뜨렸다.
jungw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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