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문 열기 전으로 돌아간 죽산보 풍경…"상류 물 부족 하면 어쩌나" 농민 걱정도
(나주=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강이 아니라 늪 같았어요. 냄새는 안 나던데 날파리가 엄청나게 많았습니다."
영산강 종주 자전거길을 따라 54.2㎞를 달려온 김동수·김홍섭(53)씨는 4일 전남 나주시 다시면 죽산보에서 다리쉼을 하며 이렇게 말했다.
하굿둑에서 출발해 상류로 거슬러온 이들은 지난해 달렸던 섬진강 자전거길과 영산강 주변 풍경이 무척 다른 모습이었다고 비교했다.
김씨 등은 "섬진강에는 강물이 시원하게 흐르던데 영산강은 물이 갇혀있고 정체된 느낌이었다"며 덧붙였다.
정부가 4대강 6개 보 수문을 개방한 지 나흘째를 맞은 이 날 영산강 죽산보는 다시 예전 모습으로 돌아가 있었다.
각각 20㎝ 높이로 들어 올려졌던 2개 수문은 죽산보 수위가 양수장 취수에 영향을 주지 않는 수위인 2.5m에 도달했던 전날 오후 1시께 다시 내려왔다.
수문이 닫히면서 지난 1일 상류에서 하류로 흘러갔던 죽산보 주변 강물은 아무런 움직임 없이 제자리에 머물러있었다.
무더위와 가뭄에 초록색 녹조 알갱이도 눈에 띄기 시작했다.
죽산보 표층 조류 클로로필(엽록소 성분)-a 수치는 지난달 29일 30.5㎎/㎥로 1주일 전인 22일 측정했던 11.1㎎/㎥와 비교해 가파른 증가세를 보인다.
이날 죽산보를 둘러본 박원철(62)씨는 "뉴스를 보고 일부러 찾아왔다"며 "보 문을 열었다길래 영산강이 예전처럼 흐르는 줄 알고 알았는데 이게 강물인지 호수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시원한 물 흐름을 기대한 탐방객과 달리 들녘에서 구슬땀 흘리는 농부는 조심스러운 목소리를 내놨다.
죽산보 주차장 바로 옆 농경지에서 모내기를 준비하던 농민 김귀중(70)씨는 "이쪽이야 별문제는 없지만, 가뭄인데 상류 쪽은 물이 부족하지나 않을는지 모르겠다"고 걱정스러운 마음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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