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밤 런던 한복판 공포로 몰아넣은 '8분의 광란'

입력 2017-06-04 18:09   수정 2017-06-05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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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밤 런던 한복판 공포로 몰아넣은 '8분의 광란'

다리서 보행자 차로 치고 인근 식당가에서 무차별 흉기 휘둘러



(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 주말인 3일(현지시간) 저녁 런던 시내 런던 브리지.

오후 10시를 조금 넘어 경찰에 승합차가 런던 브리지의 인도에 있는 보행자들을 치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배달용 흰색 승합차 1대가 다리 북단에서 남쪽으로 시속 50마일(80㎞/h)로 질주하다가 갑자기 인도로 방향을 틀어 사람들을 쓰러뜨렸다.

한 보행자는 차에 치여 6m나 공중에 솟았다가 바닥에 팽개쳐졌다. 보행자들은 승합차를 피해 황급히 차도로 대피하고 비명을 지르면서 뛰기 시작했다.

당시 인도에 있던 선데이타임스 부편집장 이언 휴턴은 "차가 갑자기 방향을 바꿔 인도로 완전히 올라섰다. 그 뒤 다시 방향을 바꿔 차도로 갔다"며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고 황급히 뛰었다"고 말했다.

현장에 있던 BBC 방송 기자 홀리 존스는 "차가 내 앞에서 방향을 바꾼 뒤 약 5~6명을 쳤다. 그가 내 앞에서 두 사람을 쳤고 그 뒤에 3명을 쳤다"고 했다.

승합차는 다리 남단까지 이르러 버러 마켓에 있는 한 펍(영국 술집)의 난간에 부닥쳤다.

폭탄 조끼처럼 보이는 조끼를 입은 용의자 3명은 차에서 칼을 들고나온 뒤 버러마켓으로 향했다. 이 중 1명은 12인치(약 30cm) 크기의 긴 칼을 들었다.

한 목격자는 "긴 칼을 든 붉은 색 옷을 입은 남자가 한 남성을 세 차례 공격하는 것을 봤다. 이 남성은 무참히 바닥으로 쓰러졌다"고 했다.

테러범들은 버러 마켓의 음식점 등에 들이닥쳐 사람들에게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둘렀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무장경찰들이 현장에서 용의자들을 찾아 나서 3명 모두 사살했다.

첫 신고가 접수된 지 8분 만이다. 이 짧은 시간 동안 벌어진 용의자들의 잔혹한 공격에 7명이 목숨을 잃고 50여명이 다쳤다.

음식점 등에서 주말 저녁을 즐기던 이들은 밖에서 총성이 울린 뒤에도 1시간 가까이 주방 등에서 숨을 죽인 채 몸을 숨기고 있어야 했다.

이들은 무장경찰의 보호 아래 현장을 빠져나올 때도 양손을 머리에 올린 채로 현장을 벗어나야 했다. 혹시 시민들 사이에 테러범이 끼어들어 있을지 모를 것에 대비한 경찰의 대응이었다.

앞서 지난 3월 런던 태생의 칼리드 마수드(52)가 런던 시내 국회의사당 부근 웨스트민스터 다리에 승용차 한 축을 올린 뒤 시속 60km로 230m를 달린 테러와 비슷한 사건이 또다시 발생한 것이다. 당시 4명이 목숨을 잃고 50여명이 다쳤다.

웨스트민스터 다리와 런던 브리지 남단 버러 마켓은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아직 사상자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가운데 말콤 턴불 호주 총리는 이날 테러로 자국민 2명이 다쳤다고 밝혔고, 프랑스인 4명도 부상자 중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웨스트민스터 다리 테러 부상자 중에는 유럽여행에 나섰다가 변을 당한 한국인 관광객 4명도 포함된다.

사디크 칸 런던시장은 테러에 굴복해선 안 된다며 이날 테러 때문에 나흘 앞으로 다가온 총선 선거운동이 중단돼선 안 된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이 올해 들어 3번째로 발생한 테러일 정도로 테러가 일상화하고 있다는 인식을 퍼뜨릴 것이라고 BBC는 예상했다.

다만 이와 함께 테러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다지면서 평소대로 일상을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jungw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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