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성 조작해 가까운 건설사 대표에 사업장 매각…"최대 900억 손해"
공제회 "정상적 절차 거친 부실채권 매각…특정인 개입 못 하는 구조"
(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 군인공제회의 임원이 회계문서를 조작해 대형 사업장을 헐값에 공매로 넘기고 이를 자신의 지인이 낙찰받게 해 공제회에 수백억원대 손실을 끼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5일 군인공제회와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 강남경찰서는 군인공제회 건설 부문 투자전문임원 A모 이사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위반(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다.
경찰은 A이사의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A이사는 군인공제회 건설 부문 최고투자책임자(CIO)로 발탁돼 2015년 초 취임했다. 잇단 프로젝트파이낸싱(PF) 투자손실로 악전고투하던 공제회가 전문성 확보 차원에서 채용한 첫 건설업계 출신 임원이었다.
경찰에 따르면 A이사는 취임 후 문제가 있는 사업장을 걸러내던 중 쌍용건설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시공사가 없어진 경기도 남양주시 한 아파트를 공매에 넘길 수 있도록 사업 수지표 조작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조사 결과 그의 지시에 따라 공제회 직원들은 사업장 분양가를 3.3㎡당 890만원에서 830만원으로 60만원 낮춰 수입은 줄이고, 공사비를 3.3㎡당 304만원에서 325만원으로 14만원 올리면서 지출을 늘려 악성 사업장으로 둔갑시켰다.
A이사는 이렇게 조작된 사업 수지표를 들고 이사회에 참석해 공매 외에는 투자금 850억원을 회수할 방법이 없다고 보고했다. 이사회는 공매를 의결했다. 군인공제회가 사업장을 공매로 팔기로 한 첫 사례였다.
그러나 공매 절차는 정상적이지 않았다는 게 경찰 조사 결과다. 연휴 시작 전날인 같은 해 5월 1일 공고가 떴고, 1영업일 이상 간격을 둬야 하는 입찰이 하루에 세 차례나 진행됐다. 매각 예정가격 차감률은 전 차수의 10% 이내여야 하는데 15%, 20%로 들쑥날쑥했다.
1차에서 매각 가격 1천404억원으로 시작한 이 사업장은 중견 건설사인 B사가 9차 공매에서 475억원에 낙찰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애초 이사회에 보고된 해당 사업장 채권액이 1천404억원이므로, 이를 기준으로 하면 929억원을 날린 셈"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A이사와 절친한 사이로 알려진 B사의 C모 대표도 같은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 두 사람은 같은 건설사 출신으로 종종 모임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공매 절차를 진행한 군인공제회 자회사 대한토지신탁의 한 간부도 공매 과정에서 기존 시행사의 입찰을 방해한 혐의(입찰방해·업무방해 등)로 수사 선상에 올라있다.
이 간부는 해당 사업장을 B사에 공매 처분할 때 기존 시행사가 리파이낸싱으로 공제회에 원리금 850억원을 갚겠다는 뜻을 밝혔으나 이를 무시하는 등 기존 시행사가 입찰에 참여할 가능성을 원천 차단한 혐의를 받는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에 대해 군인공제회 측은 "부실한 채권을 매각하고자 정상적인 공매 절차를 밟은 것이며, 이사회 승인까지 받은 사안"이라며 "특정인이 개입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run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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