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2년의 공백을 깨고 한국 남자배구 국가대표팀 사령탑으로 코트에 복귀한 김호철(62) 감독.
김 감독은 과거 현대캐피탈 감독 시절 선수들의 플레이가 마음에 안 들면 면전에서 호통을 치기로 유명했다.
외국인 선수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오죽했으면 별명이 '독사'였을까.
거침없는 액션과 심판에 대한 강한 어필까지, '열혈남아' 김 감독을 지켜보는 것은 배구팬들의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그랬던 김 감독이 확 바뀌었다.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다시 돌아온 김 감독에게서 과거의 '호통' 이미지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김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지난 2~4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2017 국제배구연맹(FIVB) 월드리그 국제남자배구대회 2그룹 1주차 A조 3연전에서 2승 1패를 수확했다.
역대 최약체로 평가받는 대표팀을 떠맡은 김 감독은 안방 3연전에서 1승도 못 챙길 것이라는 우려를 깨고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뒀다.
김 감독은 "선수들이 개인이 아닌 우리로 뭉친 결과"라고 자평했다. 대표팀에서 거의 유일한 '스타'인 김 감독은 먼저 자신부터 내려놓았다.
그는 "나 스스로 많이 유해지고 부드러워지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물론 순간적으로 욱할 때도 잦지만 자제하고, 생각해볼 수 있는 여유를 가지려고 한다"고 말했다.
문성민(현대캐피탈), 전광인, 서재덕(이상 한국전력), 한선수(대한항공) 등 주축 선수들이 대거 빠진 것이 김 감독의 리더십 변화에 영향을 준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스타급 선수들이 많을 때는 강력한 카리스마로 선수단을 휘어잡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변변치 않은 전력일 때는 소통과 설득을 통해 하나의 팀워크를 만들어내는 리더십이 더 필요할 수 있다.
김 감독은 높이와 파워에서 앞서는 유럽팀들을 상대로 선수들에게 명확하게 비전을 제시했다.
그는 "파워나 높이로는 상대 팀을 따라갈 수 없다"며 강한 공격이 약한 박주형에게 "연타나 틀어치는 공격을 이용해보라"고 주문했다.
이강원에게는 "상대 블로킹을 보고 공을 틀어서 혹은 밀어서 때려야 한다"며 맞춤형 조언을 들려줬다.
이는 최장신이 199㎝인 대표팀이 2m가 넘는 선수들이 즐비한 체코(3-2승), 핀란드(3-2승)를 상대로 승리를 거둔 비책으로 작용했다.
2주차 경기를 위해 일본으로 떠나는 김 감독은 "한국에서 너무 기대치를 올려놓은 것 같다. 가서 못하면 욕은 다 먹을 것 같다"면서도 "해볼 만하다는 판단이 드는 팀에는 전력으로 부딪쳐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한국은 이번 주 일본 다카사키로 건너가 슬로베니아(9일), 터키(10일), 일본(11일)과 차례로 격돌한다.
이후 네덜란드 원정길에 오르는 한국은 네덜란드(17일), 체코(18일), 슬로바키아(18일)와 마지막 3경기를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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