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 새 정부 들어 외교부 이관이 유력했던 통상 기능이 결국 산업통상자원부에 남았다.
조직이 대폭 축소될 위기에 처했던 산업부는 일단 한숨을 돌렸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5일 첫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통상 기능을 산업부에 남기는 대신 통상교섭본부를 신설하는 방향을 확정했다.
열흘 전만 해도 통상 기능의 외교부 환원이 유력했지만, 산업부의 막판 뒤집기가 성공한 것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가능성 등 통상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조직을 흔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힘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급변하는 통상 환경과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산업부의 무역과 통상 업무를 전담하는 통상교섭본부를 설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우여곡절 끝에 통상을 지키게 된 산업부는 안도하면서도 표정관리를 하는 모습이다.
자칫 '조직 이기주의'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산업부는 통상 기능 존속을 자축하기보다는 새로운 통상교섭본부를 어떻게 구성할 지 고심하고 있다.
이번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통상교섭본부장은 '차관급'으로 결정됐다.
그동안 산업부에서는 사실상 차관보가 통상 조직을 관장했다.
하지만 외국의 통상 부처 비해 '급'이 낮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면서 급을 격상시킨 것이다.
또 국내 직제상 차관이지만 국제적으로는 '통상장관' 호칭을 사용하기로 했다.
차관급 통상교섭본부 신설로 현재 1실·2국인 산업부 조직 체계도 대폭 변화될 전망이다.통상교섭본부장이 임명되면 세부적인 조직 구성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통상 조직의 향방은 이번 정부조직 개편의 '뜨거운 감자'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4월 27일 한국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통상 부문은 다시 외교부에 맡기는 게 맞겠다"고 말한 후 산업부와 외교부 간 팽팽한 줄다리기가 시작됐다.
외교부는 '협상력 강화'를 이유로 통상 기능의 환원을 주장했고, 산업부는 '산업과의 연계성'을 들어 방어했다.
처음 승기는 외교부가 잡았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지난달 24일 산업부 업무보고 후 브리핑에서 "대통령이 밝힌 틀 내에서 (정부조직개편을) 하겠다"며 통상 기능 이관에 힘을 실었다.
외교부는 통상교섭본부 신설 등을 포함한 외교부 내 조직 개편안까지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고위 당·정·청 회의를 코앞에 두고 상황은 완전히 바뀌었다.
정부와 정치권 안팎에서 미국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가능성 등 통상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조직을 흔드는 것이 바람직하냐는 반대 의견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한·인도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CEPA) 등 산업부에서 현재 진행 중인 협상이 적지 않고, 이미 체결된 협상도 외교력보다는 경제적 관점에서 유지·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주장도 힘을 얻었다.
산업정책기능의 상당 부분이 중소벤처기업부로 넘어가는 마당에, 통상 기능까지 외교부로 이관되면 산업부의 위상이 너무 추락하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한 몫 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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