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팬들, 에티켓 무시한 일방적인 프랑스 선수 응원
(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지난해 프랑스오픈 테니스대회 여자단식에서 우승한 가르비녜 무구루사(5위·스페인)가 올해 경기장을 찾은 팬들의 응원 수준에 실망감을 드러냈다.
무구루사는 4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롤랑 가로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프랑스오픈 테니스대회 여자단식 4회전에서 크리스티나 믈라데노비치(14위·프랑스)에게 1-2(1-6 6-3 3-6)로 졌다.
2년 연속 우승의 꿈이 좌절된 무구루사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프랑스 팬들의 관전 태도를 지적했다.
그는 "오늘 관중석 문화가 나를 매우 힘들게 했다"며 "이해할 수 없고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날 프랑스 팬들은 자국 선수인 믈라데노비치에게 일방적인 응원을 보냈다.
그러나 테니스는 골프와 함께 팬들이 응원 에티켓을 지켜야 하는 대표적인 스포츠다.
자신이 응원하는 선수라도 상대 선수의 실수로 점수를 얻을 경우 박수를 치거나 환호해서는 안 된다.
즉 상대 선수의 스트로크가 라인 밖으로 나가거나 더블폴트 등으로 점수가 올라갈 때는 조용히 있는 것이 에티켓이다.
반대로 상대 선수라도 공격에 성공해 득점하면 박수를 보내는 것이 테니스 경기장 응원 문화다.
하지만 이날 무구루사와 믈라데노비치 경기에서는 이런 테니스 특유의 관전 문화가 깡그리 무시되다시피 했다.
경기가 끝난 뒤 퇴장하는 무구루사를 향해 장내 아나운서가 "무구루사 선수에게 박수를 보내달라"고 외치자 무구루사는 손가락을 좌우로 흔들며 마치 '필요 없다'는 식의 몸짓으로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무구루사는 "사람들이 무엇을 바라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더 얘기하고 싶지 않다"고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다.
기자회견 도중에는 서러운 마음이 들었는지 눈물을 참으려 애쓰다가 잠시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오기도 했다.
무구루사는 "관중석에서도 존경받을 만한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며 "오늘 주심은 경기 내내 관중석을 조용히 시키기 바빴다"고 아쉬워했다.
무구루사의 손쉬운 스매싱이 네트에 걸리자 믈라데노비치가 이탈리아어로 '화이팅' 정도의 뜻에 해당하는 '포르자(forza)'라고 외치는 소리를 들었느냐는 물음에는 "듣지 못했지만, 믈라데노비치는 한 25개국 언어를 말하는 것 같았다"고 불만을 에둘러 표현했다.
다만 무구루사는 "내가 여기에 적을 만들러 온 것은 아니지 않으냐"고 화제를 돌리며 "나는 이곳에서 경기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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