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판 없애고 경관과 경기에만 집중 유도
최진호·이상희 1인자 경쟁에 한국오픈 우승자 장이근 KGT 데뷔
(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한국프로골프투어(KGT) 데상트 코리아 먼싱 웨어 매치플레이(이하 데상트 매치플레이)는 지난해 떠들썩한 잔치판이었다.
15번홀(파4)에서는 '조용히'라는 팻말을 치우고 선수들의 샷에 응원 함성과 야유를 모두 허용했다. 맥주도 마실 수 있었다.
티잉그라운드에서는 선수들이 티오프에 앞서 갤러리와 즉석 문답을 주고받았다.
왁자지껄한 파티 분위기였던 이 대회가 올해는 고즈넉하고 차분한 힐링 콘셉트로 바꾼다.
오는 8일부터 나흘 동안 경남 남해 사우스케이프 오너스 골프장에서 열리는 데상트 매치플레이는 남해를 낀 빼어난 경관 속에 선수들의 멋진 샷을 만끽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프로 골프 대회장에서 흔하게 보는 후원사 광고판을 단 한 개도 설치하지 않았다. 메인 스폰서인 데상트 코리아 광고판조차 찾아볼 수 없다. 남해를 품은 천혜의 자연환경을 감상하는데 훼방을 놓지 않기 위해서다.
대회 관람 티켓도 조용한 환경에서 휴양과 골프 관람을 겸하기를 원하는 팬을 배려해 숙박, 스파, 식도락을 포함한 다양한 종류를 마련했다. 대회장이 대도시에서 한참 떨어진 해안 절경 속에 자리 잡은 특성을 살렸다.
대회 분위기는 차분하지만, 우승 트로피를 놓고 벌이는 경쟁 열기는 작년보다 더 뜨겁다.
총상금이 작년 8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증액되면서 우승 상금도 1억6천만 원에서 2억 원으로 뛰었다.
이변 많은 매치플레이 특성상 예상치 못한 우승자가 탄생할 가능성도 크다.
작년에도 32명을 뽑는 예선전을 24위로 통과한 무명 이상엽(23)이 첫판부터 국내 1인자 최진호(33)를 꺾는 등 파란을 일으킨 끝에 생애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이번 시즌 유난히 '무명 반란'이 많은 한국프로골프투어에서 또 한 명의 새로운 스타 탄생이 기대되는 이유다.
이상엽이 대회 사상 첫 2연패에 도전하는 가운데 최진호, 박상현(34), 이상희(24), 허인회(28), 김우현(26) 등 검증된 상위 랭커들에게 아무래도 눈길이 쏠린다. 아무리 이변이 잦아도 강호의 입지는 여전하기 때문이다.
올해 국내 1인자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이어가는 상금랭킹 1위 최진호와 상금랭킹 3위 이상희는 이번 대회 우승 상금을 놓고 1위 굳히기와 역전이라는 다른 목표를 노린다.
코오롱 한국오픈에서 깜짝 우승을 차지한 장이근(24)의 출전은 변수다. 그는 한국오픈 우승자를 위해 한 자리를 비워둔 출전자 명단 맨 마지막 칸을 채웠다. 한국오픈 우승으로 KGT 시드를 받은 그는 KGT 멤버로서는 데뷔전이다.
출전 선수 64명 가운데 절반인 32명에 이르는 예선 통과 선수들은 '인생 역전'의 꿈을 품고 출사표를 냈다.
대회 방식은 지난해 처음 도입한 16강 조별리그 제도 그대로다. 다소 복잡하지만 2년째 시행하면서 작년에 출전했던 선수들은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64강전과 32강전을 이겨 16강에 오른 선수 16명이 4개 조로 나눠 조별리그를 벌인다. 같은 조 4명이 돌아가면서 한 번씩 대결해 조 1∼4위를 가린다.
각조 1위 선수 4명 가운데 상위 2명은 결승에 진출하고 하위 2명은 3~4위전에 나선다.
순위는 다승이 우선이지만 승수가 같으면 이긴 홀이 많은 순으로 매긴다.
대회 후반으로 갈수록 경기에 나서는 선수가 줄어드는 단점을 보완하려고 도입한 방식이다.
조별리그에서는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최대한 많은 홀 차이로 이기는 게 결승 진출의 비결이다.
64강전 대진에서는 1번 시드 최진호는 64번 시드 권성열(29)과 대결한다. 권성열은 예선전을 꼴찌로 통과해 64번 시드를 받았다.
이상희는 6번 시드를 받아 59번 시드 이정환(26)을 1회전에서 만난다. 장이근은 7번 시드에 배정돼 58번 시드지만 노련한 김성윤(35)이라는 강적과 마주쳤다.
작년 우승자 이상엽은 18번 시드로 호주 교포 이준석(29)과 1회전을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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