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8월 21일 마커스 그윈 이후 약 10년만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세이브가 가치 있는 지표인지는 과거부터 논란의 대상이었다.
세이버메트릭스 신봉자들은 세이브의 가치를 낮게 보는 쪽이다. 세이브라는 것 자체가 투수의 능력이 아닌 상황에 따른 지표로, 불펜 투수의 기량을 정확하게 반영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사례가 5일(한국시간)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워싱턴 내셔널스-오클랜드 애슬레틱스전에서 나왔다.
이날 경기에서 워싱턴은 11-4의 리드를 안고 9회말 수비에 들어갔다.
8회말 2사부터 등판한 워싱턴의 불펜 투수 코다 글로버는 그러나 9회말 4연속 안타와 볼넷으로 11-6까지 추격을 허용하고 무사 만루에서 교체됐다.
더스티 베이커 감독은 숀 켈리를 마운드에 올렸다.
켈리는 첫 타자 라자이 데이비스를 내야 뜬공으로 돌려세웠지만, 다음 타자 맷 조이스에게 우월 만루홈런을 내줬다.
스코어는 11-10, 1점 차로 좁혀졌다.
다행히 켈리는 후속 두 타자를 범타 처리하고 추가 실점 없이 경기를 마무리했다. 워싱턴의 11-10 승리였다.
켈리는 시즌 4세이브를 올렸다.
만루홈런을 내줬음에도 켈리는 기록상으로는 1이닝 1피안타 1실점이 고작이었고, 세이브라는 보상까지 받았다.
나머지 실점은 모두 글로버의 책임이 됐다.
재미있는 것은 글로버가 ⅓이닝 4피안타 5실점 하고도 홀드를 올렸다는 점이다.
스포츠 통계 사이트인 엘리아스 스포츠 뷰로의 따르면 만루홈런을 내주고도 세이브를 올린 것은 2007년 8월 21일 마커스 그윈 이후 처음이다.
미국 야후스포츠는 "세이브라는 지표 자체에 이처럼 허점이 많은데도 감독들은 여전히 세이브를 마치 복음처럼 따르고 있다"며 "절대로 오지 않을 리드를 기다리며 동점 상황에서 마무리 투수를 아끼는 것도 세이브라는 지표에 집착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더 미드 애틀랜틱 스포츠 네트워크(MASN)는 "빅리그에서 볼 수 있는 세이브 가운데 가장 희한한 세이브 중 하나였다"고 촌평했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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