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음악 거장' 헤레베헤 "베토벤이 상상했던 음색 들려줄 것"

입력 2017-06-06 07:20   수정 2017-06-06 11:13

'古음악 거장' 헤레베헤 "베토벤이 상상했던 음색 들려줄 것"

17일 샹젤리제 오케스트라와 함께 내한…베토벤 5번·7번 선보여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고(古)악기(시대악기·작곡 당시 연주되던 악기)로 연주하는 베토벤은 더 날렵하고 투명합니다. 현대 악기들은 베토벤 시대의 악기들보다 크고 무거운 소리를 내죠. 이 때문에 시대악기가 베토벤이 원했던 음색과 속도를 더 잘 구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청중들에게 더 생생한 음악적 경험을 선사할 것입니다."

고음악 거장 필립 헤레베헤(70)가 오는 17일 베토벤 교향곡 5번과 7번 연주로 한국 관객과 만난다.

그가 1991년 창단한 고음악 전문 악단 '샹젤리제 오케스트라'와 함께 무대에 오른다.

6일 미리 전화로 미리 만난 헤레베헤는 수많은 베토벤 연주 속에서 "시대 악기로 연주하는 베토벤"의 의미와 가치를 여러 차례 강조했다.

"오늘날 러시아나 미국 스타일의 교육을 받은 현악기 연주자들은 많은 비브라토(음의 떨림)를 사용하며 연주합니다. 이에 비해 샹젤리제 오케스트라 현악기 연주자들은 거트현(현대 현악기에서 사용되는 쇠줄 대신 동물의 내장을 꼬아 만든 현)과 고전 시대에 사용하던 활을 사용해 선명한 아티큘레이션(선율을 작은 단위로 구분하는 연주기법)을 선보입니다. 이를 통해 더 선명하고 투명하며 지적인 사운드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대신 시대악기는 개량을 거친 현대 악기에 비해 부드럽지 못한 소리가 나는 경우가 많다. 음향이 작은 것도 단점으로 꼽힌다.

그러나 그는 고악기의 단점보다는 장점에 더 주목했다.

"샹젤리제 오케스트라는 현악기뿐 아니라 관악기도 베토벤 시대의 것을 사용합니다. 내추럴 트럼펫(작곡 당시 사용되던 개량을 거치기 전 트럼펫)과 내추럴 호른은 큰 음량을 내진 못하지만 투명한 음색을 자랑하죠. 이 때문에 전체적인 오케스트라의 관점에서 봤을 때는 더 조화로운 사운드를 빚어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악기들로 더 싱싱한 베토벤 교향곡, 베토벤이 상상했던 음색과 가까운 베토벤 교향곡을 들려드릴 겁니다."

헤레베헤는 1970년 고음악 전문 앙상블 '콜레기움 보칼레 겐트'를 창단하며 본격적인 고음악 운동에 뛰어든 이후 지금까지 논리적이면서 지적인 작품 해석으로 명성을 떨쳐왔다.

정신과 의사로 일하다가 지휘자로 전향한 특이한 경력 때문에 뉴욕타임즈는 "작품에 흡사 진단을 내리는 듯한 통찰력이 돋보인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자신은 "두 직업의 연관성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지휘자는 곡이 작곡된 시대의 음악적 양식과 악보를 잘 이해하고, 연주자들과 소통하며 음악을 만드는 사람입니다. 정신과 의사로서의 경험이 타인을 이해하고 소통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좋은 지휘자가 되기 위한 필수적인 요소는 아니었다고 생각해요."






이번에 함께하는 샹젤리제 오케스트라에 대해서는 "하이든과 베토벤뿐 아니라 브루크너와 말러까지 아우르는 넓은 레퍼토리가 장점"이라고 자랑했다.

"샹젤리제 오케스트라뿐 아니라 지휘자 프란츠 브뤼헨, 존 엘리엇 가디너 등이 이끈 훌륭한 고음악 연주단체가 몇 곳 더 존재합니다. 오늘날 많은 현대 오케스트라가 5년 주기로 상임 지휘자를 바꾸며 고유의 색을 잃고 있는 현실에서 오히려 고음악 단체들이 한 지휘자와 오랫동안 협업하며 특유의 색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베토벤 교향곡 2곡으로 구성된 이번 내한 공연 프로그램은 헤레베헤의 70세 생일, 샹젤리제 오케스트라 창단 25주년, 베토벤 서거 19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다.

2011년 발매됐던 그의 베토벤 교향곡 전곡 음반에 대해 헤레베헤 자신은 "비브라토, 아티큘레이션, 심지어 리듬 하나하나까지 모두 고증된 베토벤 시대의 연주법을 따랐다"고 설명한 바 있다.

티켓 가격 4만~18만원. ☎1577~5266

sj997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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