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맞은 '87년 체제'의 미래는…학계서 집중 조명

입력 2017-06-06 09:25   수정 2017-06-06 11:16

30년 맞은 '87년 체제'의 미래는…학계서 집중 조명

6월 민주항쟁 30주년 앞두고 학술서적·학술지 잇달아 출간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올해 초까지만 해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이끈 '촛불 집회' 연구에 집중했던 사회과학계가 6월 민주항쟁 30주년을 앞두고 '87년 체제'를 분석한 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6월 민주항쟁은 현행 헌법이 만들어진 계기가 된 사건이다. 1987년 6월 10일 간선제 호헌 철폐와 박종철 고문살인 규탄을 요구하는 범국민대회가 열린 뒤 약 20일간 수많은 사람이 거리로 나와 독재정권 타도와 직선제 개헌 쟁취를 외쳤다. 결국 6월 29일 여권의 노태우 대선 후보는 직선제 개헌과 평화적 정부 이양을 약속했다.

김종엽 한신대 교수가 쓴 '분단체제와 87년체제'(창비 펴냄)는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가 제시한 분단체제론과 함께 87년 체제의 의의를 짚어본 책이다.

분단체제론은 한국전쟁 이후 남북의 다른 체제가 '분단'을 재생산하면서 적대적 의존관계를 형성해 왔다는 주장을 말한다. 그런데 6월 민주항쟁으로 87년 체제가 구축되면서 분단체제를 흔들 수 있는 시민사회의 힘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저자는 87년 체제가 분단체제 안에서 어떻게 자리매김했는지 살펴보고 분단체제와 87년 체제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탐구한다.

그는 "87년 체제가 제안하는 우정의 정치와 분단체제가 제기하는 적대의 정치는 비대칭적"이라며 "촛불을 들었던 시민들이 우정의 정치에 참여할 의지를 가지고 있다면 87년 체제를 온전히 극복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한다.

신간 '시민적 공화주의'(한울아카데미 펴냄)에서 임채원 서울대 국가리더십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은 6월 민주항쟁을 통해 탄생한 대통령 직선제가 여러 한계를 지닌 '제왕적 대통령제'로 입증된 만큼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가 보기에 우리나라는 서구의 정치제도를 그대로 이식하기에는 정치적 토양이 서양과 다르다. 따라서 동아시아에서 전통적으로 추구해 왔던 '군신공치'(君臣共治)를 도입해 '보상(輔相)형 대통령제'를 완성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견해다. 보상은 군왕을 보좌하는 재상, 즉 대통령을 돕는 총리를 의미한다.

저자는 "민주화 이후 30년, 이제는 좀 더 담대한 국가 비전과 국정 운영 모델을 제시할 때가 됐다"면서 "우리 역사 속의 동아시아적 헌정 체제를 찾아가는 것이 우리의 유전자에 체화된 헌법을 발견하는 길이 될 것 같다"고 강조한다.






최근 간행된 계간지들도 87년 체제를 집중적으로 조명했다. '역사비평'은 '87년 체제를 어떻게 볼 것인가'를 특집으로 다루면서 강원택 서울대 교수와 박태균 서울대 교수의 글을 싣고, 대담을 마련했다.

계간지 '황해문화' 여름호는 '촛불과 그 이후의 과제들'을 특집으로 정하고 이국운 한동대 교수가 집필한 글을 게재했다. 이 교수는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을 "87년 체제의 퇴행을 87년 체제의 최대한을 동원해 막은 일대 사건"으로 규정하고 "새로운 정부는 헌법 개정을 통해 87년 체제를 극복할 정치적 과제를 전적으로 부담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psh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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