틸러슨 美국무, 지난 3월 '反이스라엘 기조' 등 문제 삼아 탈퇴 경고
(워싱턴=연합뉴스) 심인성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최근 파리기후협정 탈퇴를 선언해 전 세계에 충격을 준 가운데 이번에는 유엔인권이사회(UNHRC)와도 결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5일(현지시간) 외교 소식통과 활동가들의 말을 인용해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가 6일 스위스 제네바 유엔사무국에서 개막하는 유엔인권이사회 제35차 정기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공식으로 '이사회가 반(反)이스라엘 기조 폐기를 포함해 즉각적인 개혁에 나서지 않으면 탈퇴할 수도 있다'는 경고성 신호를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실제 헤일리 대사는 지난 3일 워싱턴포스트(WP) 기고문에서 인권 상황이 열악한 국가들이 회원국에 포함된 사실을 지적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지독하게 인권이 유린당하는 희생자들은 그들을 보호해야 할 주관 기구로부터 무시당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헤일리 대사는 특히 "이사회가 실제 인권을 지지하는지, 아니면 그저 회원국의 자격을 잔인함을 눈가림하는 데 쓰는 독재 정부들의 전시장인지 의문"이라면서 이번 총회에서 최악의 인권유린국가는 회원이 될 수 없도록 경쟁투표 방식으로 회원국의 자격을 결정할 것을 요구하는 동시에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인권 유린 문제만 유독 부각하는 데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할 예정이라고 공언했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헤일리 대사의 이번 연설이 사실상 유엔인권이사회 탈퇴를 공식화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자 이사회의 대대적인 변화와 쇄신을 압박하는 최후통첩의 자리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헤일리 대사뿐 아니라 다른 미국 정부 관리들도 그동안 유엔인권이사회에 대해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내 왔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앞서 지난 3월 '프리덤 하우스'를 비롯한 9개 국제인권단체의 공동질의에 대한 회신에서 "유엔인권이사회가 인권(증진)에 기여하는 유일한 조직일 수 있는 있지만, 우리가 지금처럼 계속 참여하려면 상당한 개혁이 필요하다"며 탈퇴 가능성을 경고한 뒤 "미국은 현재 진행 중인 회의에는 참여하겠지만, 유엔인권이사회의 반이스라엘 어젠다에는 강력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유엔인권이사회는 인권 상황이 열악한 국가들까지 회원국으로 받아들여 거센 비난을 받은 과거 '유엔인권위원회'를 대체할 기구로 2006년 새로 출범했으나, 현재 이사회 47개 회원국 중에서도 북한과 중국, 사우디처럼 인권침해 지적을 받는 국가들이 여전히 포함돼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유엔인권이사회 출범 당시 조지 W. 부시(아들 부시) 공화당 정부는 전신과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며 가입을 거부했지만, 버락 오바마 민주당 정부는 이사회 외부에서 비판하기보다 내부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에 따라 2009년 가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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