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전 세계적인 상아 거래 금지 움직임 속에 한풀 꺾였던 야생 코끼리 밀렵이 피부병 치료제로 가죽 수요 증가와 함께 다시 활개를 치고 있다고 미얀마 언론이 6일 보도했다.
세계자연기금(WWF)에 따르면 최근 미얀마에서는 야생 코끼리의 가죽과 신체 조직 일부만을 노리는 밀렵이 급증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만 가죽을 노린 밀렵으로 20마리의 야생 코끼리가 도륙을 당했다.
이는 과거 연간 밀렵 건수에 육박하는 규모로, 코끼리의 피부 조직과 일부 장기가 피부병을 고치는 데 효험이 있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수요가 급증한데 따른 것이다.
실제로 미얀마의 전통 약재 시장에서는 코끼리 피부 조직이 습진 치료제로 단돈 몇천 원에 버젓이 판매되고 있다. 코끼리 피부조직 수요가 늘어나는 중국으로 수출도 성행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가죽만 벗겨진 채 버려진 야생 코끼리 사체도 심심찮게 목격된다.
밀렵이 성행하면서 미얀마의 야생 코끼리 개체 수는 지난 10년 사이에 절반 수준인 2천∼3천 마리 선으로 급감했다.
코끼리는 동남아 야생동물 불법거래의 중심지인 미얀마에서 거래되는 10여 종의 멸종위기종 가운데 하나다. 특히 중국, 태국 등과 국경을 맞댄 미얀마 동부지역에서는 상아 1개 품목의 연간 밀거래액이 수천만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미얀마에서도 야생동물 포획은 법률상 엄격하게 금하고 있지만, 법 위반자에 대한 처벌은 최대 60달러(약 7만 원)의 벌금이 고작이다.
WWF 미얀마 담당자인 크리스티 윌리엄스 박사는 "야생동물 장기를 약으로 쓰는 데 대한 규제가 느슨한 데다 국경을 넘나드는 밀수조직이 판을 치는 상황에서 아시아 전역에서 코끼리 가죽 수요가 급격하게 늘고 있다"며 "동남아의 야생 코끼리는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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