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밝고 신나던 모험액션극 '미이라' 시리즈가 어둡고 음산한 액션 블록버스터로 돌아왔다.
6일 국내 개봉한 톰 크루즈 주연의 '미이라'는 브랜던 프레이저가 활약한 전작 시리즈(1∼3)와는 질감과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
고대 이집트와 현대의 런던, 광활한 사막을 오가며 이야기가 펼쳐져 비주얼은 한층 화려해지고, 스케일도 더 커졌다.
대신에 웃음기는 싹 뺐다. 시종일관 어두운 분위기 속에서 좀비를 연상시키는 미라들과 귓가를 때리는 강력한 사운드가 관객의 심장을 조였다 폈다 한다. 무게중심이 기존의 코믹액션에서 호러와 스릴러 쪽으로 옮겨왔다.
사막 한가운데서 고대 이집트 미라의 무덤을 발견한 닉(톰 크루즈 분)은 미라의 관을 수송하던 중 의문의 비행기 추락사고로 숨진다. 그러나 어찌 된 영문인지 영안실에서 다시 살아난다.
닉이 수송하던 관은 과거 강력한 힘을 갈구하다 산 채로 봉인 당했던 이집트 아마네트 공주의 것으로, 공주는 자신을 수천 년 만에 잠에서 깨운 닉을 앞세워 세상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고 한다.
이 작품은 초반부가 가장 인상적이다. 아마네트 공주가 왜 산 채로 미라가 됐는지 보여주는 고대 이집트 장면, 유물을 도굴하려다 닉이 이집트 반군에 쫓기는 대목, 그리고 추락하는 비행기 속에서 무중력 상태로 허공을 떠다니는 모습 등 화려한 볼거리가 스크린을 메운다.
톰 크루즈는 예의 몸을 사리지 않는 액션 연기를 보여준다. 무너지는 건물 옥상에서 뛰어내리고, 굴러떨어지는 자동차 안에서 탈출하는 등 모두 대역 없이 소화했다. 올해 55세라는 그의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다.
신작 '미이라'는 유니버설 픽쳐스가 만든 영화 세계관인 '다크 유니버스'를 바탕으로 한 첫 작품이다.
마블스튜디오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라는 가상의 세계관 아래 아이언맨과 헐크 등 슈퍼 영웅의 이야기를 재탄생시킨 것처럼, 유니버설 픽쳐스도 고전 몬스터 영화들을 다크 유니버스라는 세계관 아래 새롭게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그 시작이 '미이라'이며 '울프맨', '인비저블 맨', '프랑켄슈타인', '드라큘라' 등이 차례로 나온다.
'미이라'에는 지킬 박사(러셀 크로 분)가 등장한다. 세상에 있는 악을 연구·관리하고 파괴하는 일을 하는 기관 프로디지움의 수장 역이다. 지킬 박사는 앞으로 나올 고전 몬스터 영화들의 세계관을 잇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다크 유니버스의 출발은 나쁘지 않은 편이다. 그러나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영화는 옛 시리즈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면서 볼거리에만 치중한 느낌을 준다. 캐릭터 자체가 관객의 마음을 끌어당길 만큼 매력적이지 않은 데다, 드라마의 감정선이 살지 않기 때문이다.
영화 '킹스맨:시크릿 에이전트'에서 살인 병기 가젤 역을 맡았던 소피아 부텔라가 악당인 아마네트 공주로 나와 외모부터 넘치는 카리스마를 보여주지만, 주인공 닉에 맞서기에는 한참 부족해 보인다.
톰 크루즈와 고고학자 제니 역을 맡은 애나벨 월리스의 멜로 연기에도 감흥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서 톰 크루즈가 대승적 결단을 하는 마지막 부분은 비장함 대신 허무함이 느껴진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 등을 제작한 알렉스 커츠먼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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